며칠째 하늘에 먹구름 같은 것이 잔뜩 꾸물거리지만 비소식은 없고, 열어둔 창문으로 습한 바람이 들어온다. 오늘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근거없이 당당하게 내뱉고 났더니, 일거리를 쏘아보면서도 손이 가질 않는다. 그래서 서랍 속 읽다 만 책을 떠들어보다가 붓펜을 들어 낙서를 해보다가 마이너스 숫자가 사정없이 떨어져가는 주식잔고를 뚫어보다가.. 이런저런 것들을 해도 시간이 가질 않는다. 할 일을 미뤄놓고 딴짓을 하려 해서 그런가 보다.
친구에게 커피라도 한 잔 하자 했더니 에세이를 쓰느라 바쁘다한다. 직원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어야 한다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인지...후배들 쓰는 걸 보고 나만 아니면 되지 하였더니 기어이 자기까지 차례가 왔다는 거다.
글을 쓰는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 내가 크게 맘을 먹고 브런치를 하겠다 하였으나 결과는 이지경인 것은 글쓰는 것이 쉬이 결과물을 낼 수 없음을 깨달은 바이다. 늘상 글짓기 숙제를 하던 학창시절도 아니고 억지로 써내야 하는 글이 몇줄이나 써질까 싶어 답답한 그 마음을 내가 모를까. 월급쟁이가 위에서 시키면 하는 것이라, 잠재되어 있던 능력이 자신도 모르게 발휘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닌 나는 또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온다. 일기 쓰듯 매일 몇자라도 끄적여보겠다던 다짐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 주일이 한 달이 이리도 빨리 지나간다. 이러다 금새 한 해가 지나갈 터이다.
나의 내면은 여전히 스무살 꽃띠인데 현실은 사십대 후반 아줌마이고, 여기까지 오는 길의 이십년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날아온 것 같다. 깜빡증은 날로 심해지고 딸들과의 약속을 잊어버릴 때마다 '엄마가 늙어서 그래' 하며 이해해 달라는 말에 나의 이쁜 딸들은 '엄마 안 늙었어' 라고 다독여준다.
화장이 피부를 건조하게 한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감추며 베이비로션 하나 바르고 나오면 다행이었던 나, 충동구매 화장품은 늘 후회로 끝났다. 오십이 넘어도 아직 30대로 보이는 여배우들의 얼굴에 각성을 하던 차에 지금까지 이런 제품은 없었다며 호들갑을 떠는 홈쇼핑 화장품에 또 낚였다. 썬크림인지 비비크림인지 모르는... 하나로 다 해결된다는 제품을 사서 발랐으나, 제품이 자랑하는 광채는 부담스럽기만 하고 30대로 돌아갈 리 없는 거울 속 얼굴은 이십년을 훌쩍 뛰어넘어와 나를 당황시킨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겠다. 지치지 않고 광채 나는 크림을 바르고 출근할 것이며, 브런치를 쓰지 못하고 한 달이 지나더라도 그 때 또 다시 글을 쓰겠다. 지금이 다시 시작이며, 과정이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 포기한 것이 아닐 테니 말이다. 브런치의 발행글이 오십 개가, 백 개가 되는 날이 아주 오래 걸리더라도 내가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