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우는 읽기에 관하여
일단 제목이 끌렸다. 그리고 나의 읽는 생활을 반추해 본다. 출근해서 하루동안 무수히 접하는 텍스트들. 뉴스이거나, 보고서이거나, 메신저의 대화글이거나,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 틈날 때마다 읽는 책의 말들이다. 짤막한 한입거리 문장이라도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주는 글이 있고, 아무리 읽어도 동함이 없는 목석같은 글들도 있다. 읽으면서 꽉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 때, 그날은 분명 조금은 달라진 내가 된다.
좋은 글을 읽으면 막연하게 쓰고 싶다는 감정이 막 샘솟는다. 물론 내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만들어낸 문장은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작가는 읽는 생활로 한 뼘 한 뼘 성장하면서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누군가의 언어로 만났을 때, 나의 문장을 잃는다'에서 그 마음이 와닿는다. 쓰는 사람은 늘 더 좋은 문장 앞에서 감탄하면서도 좌절하나 보다.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이보다 더 동그랗고 책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 있을까 했는데, 그 삽화를 그린 것도 임진아 작가라고 한다. 책을 만들고 글을 쓰는 사람. 이 겨울 코코아 같은 따뜻한 에세이 한잔이었다.
펼치기 전 꾹 다문 책의 면모를 살피며 책을 만지면 서걱서걱 소리가 나는 듯하다. 촉감으로 분위기를 읽고 두께감으로 독서 시간을 짐작하면서, 겉에서 만날 수 있는 요소들을 짧은 시간 안에 훑어보는, 책 안으로 들어가기 전의 즐겁기만 한 순간. 10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