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음악은 추억을 싣고

백스트리트 보이즈가 실어준 나의 15세

by 지안

최근 BTS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정말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었나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귀에 착착 감기는데, 정말인가? 평소에 발라드를 사랑하고, 애절한 소절 하나에 눈물을 흘리는 슬픈 감성의 소유자 아니었던가.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튜브 알고리즘에 Las Vegas Sphere에서 올 7월에 열렸던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공연 실황이 떴고, 썸네일을 클릭하고 익숙한 노래들을 듣자마자, 25년도 더 지난 과거로 추억여행을 시작했다.


때는 바야흐로 중학교 2학년. 밀레니엄을 한해 남긴 99년도의 일이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좋아해, 비록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치 외국의 한 청소년이 된 것 마냥 MTV를 즐겨 보곤 했다. 우리나라 가수들의 노래도 좋아했지만, 또래들이 좋아하던 ‘오빠’들과는 그리 친해지거나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남들과 다른 특이하고 마이너한 감성을 자랑하고 싶어 했던 게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사대주의라기보다는 그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사춘기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자극되었던 터였다. 외국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를 하나하나 섭렵해 가며 나의 사심을 채워가던 중, 커다란 로봇들과 함께 춤을 추는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찾았다! 나의 오빠들.


백스트리트 보이즈 (DALL.E 이미지 생성)


백스트리트 보이즈, 파란 눈을 가진 나의 오빠들은 춤이면 춤, 화음이면 화음 못하는 게 없었고, 그때 당시의 기술로는 가장 최신인 컴퓨터 합성 기술을 이용해서 로봇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또 다른 뮤직 비디오에서는 공항에서 막 떠날 것 같은 로망을 자극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와 잘생긴 얼굴을 뽐내며 다양한 매력으로 15세의 소녀를 사로잡았다. 당장 레코드 샵으로 달려가 테이프와 CD를 찾았고, 엄마한테는 영어 공부한다는 핑계를 대며, 한 장 한 장 ‘나만의 오빠’들의 음반을 모았다.(사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기에, ‘나만의’라는 수식어를 쓰기에는 어폐가 있지만, 혼자 느끼는 그때 당시의 기분은 그랬다.)


음악 하나에 나는 어느새 15세 소녀로 돌아간다. 우리는 향기로 계절로 음악으로, 책 한 구절로 어느 한 시절을 기억하고 추억한다. 우리의 오감을 이용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 돌아가게 한다. 성시경의 ‘거리에서’를 들으면 첫사랑과 헤어졌던 그 차가웠던 겨울바람이 떠오르고, 이효리의 '10 minute'을 들으면 엄마와 함께 문화센터를 다녔던 추억이 떠오른다. YB의 ‘오 필승 코리아’를 들으면 2002 월드컵 때 고등학교 강당에 모여 친구들과 응원했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이정현의 ‘와’를 들으면 장기자랑 하던 대학 새내기의 내 모습이 된다. 나에겐 음악이 다른 무엇보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잇는 강력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미래의 나를 현재로 돌아오게 해주는 한 소절이 되기에, 생활 속에서 이어폰을 꽂고 잠시 쉬는 시간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기록의 시간이자 행복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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