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폄하 대신 인정

스스로를 폄하하지 않기로 함

by 지안

최근 줌으로 하는 글쓰기 모임에서 “글에서 자존감이 높다.”는 평을 들었다. 평소의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믿어왔기에 의아했다. 오히려 스스로를 실패자, 혹은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는 습관이 있었다. 아마 글 속에서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새어 나왔던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 안의 조그만 빛이 크게 강조되어 보였다니 다행이었다. 나도 몰랐던,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숨어 있었구나. 안심이 됐다.


어떤 사람들은 “꾸며진 모습이 낯설다.”는 이유를 들어 인스타그램을 멀리 하지만, 나는 반대다. 울적하고, 밑바닥까지 내려간 기분이 들 때면 오히려 그 편집된 네모난 칸들을 들여다본다. 그 안에는 내가 자랑해도 되는 순간들이 모여 있다. 꾸며진 허세라기보다, 내가 분명히 해낸 일들의 앨범처럼 느껴진다. 그걸 보고 있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마음이 잠시 멈춘다.


‘운칠기삼’이라는 말대로, 내 인생에는 운이 컸다. 이름이 알려진 대학에 들어갔고, 치과대학도 마음먹고 준비해 1년 만에 들어갔다. 그 대학의 이름도, 치과의사라는 직업도 너무 크게 느껴져서, 한동안은 내 이름 석 자 앞에 세워놓기가 부담스러웠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까.’ ‘속한 곳의 명성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낮추며 주눅 들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보니 그 과대평가는 사실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데, 나만 그 이름에 짓눌려 웃기는 짓을 하고 있었던 거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17일 오후 06_17_31.png DALL.E 생성 이미지


아무리 운이 좋았다고 한 들, 그 운도 결국 내 삶에 들어온 나의 몫이다. 예전에는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라며 손사래 치는 게 미덕인 줄 알았다. 지금은 달라졌다. 내 성장의 운도, 노력도, 버틴 시간도 함께 인정하는 편이 더 건강하다. 나부터 스스로를 폄하하지 않기로 했다. 개인적인 시각에서 편집된 순간이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운의 도움까지 포함해 기꺼이 나의 몫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선택은 자존감을 억지로 키우는 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일임을 이제야 알았다. 폄하 대신 인정. 그게 내가 선택한 새로운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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