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개인의 자격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by 지안

오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었다.


그중에서 ‘개인의 자격’, ‘오리지널’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의료의 세계에서 독창성은 재앙이 될 수 있다. 귀납적 영역에서라도 검증된 치료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했던 성공사례를 똑같이 하면 할수록 좋다. 눈곱만큼의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환자마다 조금씩 다른 상황을 가장 안전하게 표준 속에 맞추는 것뿐이다.


문학이나 미술, 창작의 영역에서는 그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나만의 관점이 들어가게, 나만의 색깔을 입혀 만들어야 한다. 다르게 할수록 좋다.



손으로 만들거나, 조작한다는 면에서 치과나 예술은 비슷하기도 하지만, 깊숙이 들어가면 ‘오리지널리티’를 대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치과는 반복 속에서 신뢰를, 예술은 차이 속에서 진정성을 얻는다.


그래서일까. 진료실에서 느끼는 답답함이 글쓰기를 하면서 풀릴 때가 있고, 글쓰기를 하면서 막막했던 부분이 치과 진료를 통해 명쾌해질 때가 있다. 두 세계를 오가며 나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개의 오리지널리티를 배우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나만의 자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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