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대운은 타닥타닥

올해도 보고야 마는 신년 운세

by 지안

올해도 보고야 마는 신년 운세. 소띠 부분을 찾아 85년생 운세를 읽어본다. ‘겉으로는 기회가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준이 있는 사람의 해. 기준이 있는 사람이 길을 얻는다.’ 이건 무슨 말이지? 일단 좋은 말인 것 같으니 안도의 한숨과 함께 패스한다. 연애운 같은 건 기혼자에게는 저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보다 무용지물이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 금전운이야말로 현대인의 가장 큰 관심사다. ‘버는 것보다 덜 새는 것이 남는다.’ 이건 뭔 선무당 잡는 소리인지 돈을 벌긴 번다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아끼란 말인가? 두리뭉실한 운세풀이에 나만의 해석을 갖다 붙이고는 발끝까지 조여오던 불안을 잠시 내려놓는다.


타로 카드, 심리테스트, 별자리운세 그리고 MBTI까지. 자의식이 자라던 초등학생시절부터 지금까지 각종 운세와 테스트를 빠짐없이 확인하고 나서야 ‘나’란 사람의 정체성을 찾은 듯 안심하곤 했다. 특히 10대, 20대 청춘은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앞을 알 수 없어 늘 불안한 시절이었다. 공대 아름이였던 나의 대학시절을 고이 접어두고는 졸업 후에는 의학계열로 진로를 틀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학문적이지 않았고, 먹고사니즘의 압박이 ‘취업’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때도 나만의 예쁜 ‘여신 타로 카드’를 하나 장만해서 자주 점을 봤었다. 오늘의 과제를 잘 해낼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숙사 책상 맡에서 카드덱을 펼쳤다. 해설서를 뒤적여가며 하루의 운을 예측했고, 어떤 불운 속에서도 카드 속 아름다운 여신들이 나를 수호해 주기를 바랐다.


수정구슬.jpg 출처 : pixabay


요즘은 챗GPT로 프롬프트를 입력하기만 하면 사주, 점성술, 수비학까지 포함한 나의 종합적인 운세를 엔터 한 번에 손쉽게 알 수 있다. 첨단을 달리는 AI 시대이지만, 나의 미래에 대한 호기심은 포기할 수가 없다. 대운이 들어오는 시기와 그것을 위해 2026년 해야 될 일에 대해 질문해 본다. ‘대운’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들썩인다. 유의어로는 ‘대길’이 있다. 기분 좋게 질문을 입력했는데, 대운이 이미 들어오고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나는 한껏 고양된다.


정말 대운이 들어온 걸까? 그 질문을 품은 채로 시작하는 아침 공기는 차고 맑다. 휴대폰 액정에 비치는 내 얼굴은 어제와 같지만, 마음 한 구석에 ‘오늘이 그날 일지도 몰라.’라는 희미한 설렘이 배어있다. 밤이 되어 방 안이 고요해지면, 노트북을 펼친다. 나의 대운은 타닥타닥 타자기 소리에서 시작된다. 언제나 그랬듯, 한 문장 적어 내려가는 일로 나는 매번 나의 운을 다시 점친다. 이렇게 한 꼭지를 마무리했으니, 오늘 운세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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