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잡도리의 날

세대를 잇는 속앓이

by 지안

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하는 잔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나는 내 마음대로 행동했던 것 같다. 아닌가. 어렸을 때는 말을 잘 들어서 잔소리를 별로 안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머리가 크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만나기만 하면 잔소리 폭탄이 떨어졌다. 옷을 어떻게 입어라, 머리는 어떻고, 살은 어떻고. 이제는 집이 어떻고, 살림이 어떻고, 엄마 노릇을 하니 못하니로 주제가 바뀌어 버렸다.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집중 폭격을 맞은 날에는 속상한 감정이 커져서, 머릿속 징징이가 마음까지 한가득 채워버린다.


엄마가 원하는 딸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돈 잘 버는 사위를 만나, 집에서 현모양처로 살림도 잘하고 아이도 잘 키우는 모습이었을까. 어쩌면 그저 온실 속 화초처럼 편하게 살기를 바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바람에 비해 나는 고집이 세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좀처럼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공부도 나름 독하게 한 것 같고, 직업을 갖기 위해 울며 불며 내달리기를 반복했다. 욕심은 많으면서도, 노력을 꾸준하게 하는 데는 서툰 내 성정을 엄마는 잘 알고 있었다.


딸이 많이 힘들어할까 걱정하다가도, 어느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왜 내가 이런 걱정을 하고 있지? 손주들 봐주고, 애들 집 청소까지 해주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그 화는 결국 등신같이 지내고 있는 딸에게로 향하게 된다.


DALL.E 이미지 생성


피곤에 찌든 얼굴로 돌아와 아이들과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7살짜리 딸과 함께 지내다 보니, 엄마의 마음을 어림짐작해 볼 때가 있다. 어느 날은 “엄마는 악마 같아!”라며 화난 얼굴의 나를 스케치북에 그려대고, 또 어떤 날은 “엄마는 천사야~”하며 냉장고에서 꺼내 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환하게 웃는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아이의 솔직한 반응이 웃기면서도 얄밉다.


아이를 잘 돌봐주면 감사하다 인사하고, 아껴서 생활하라고, 정리 좀 하고 살라고 한 소리 들으면 이내 말수가 줄어들어 뚱하게 있는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엄마의 복창을 박박 긁는 나라는 존재는, 평생 가도 엄마를 편안하게 해주지 못할 것 같다. 마찬가지로, 내 딸과 아들도 앞으로 나의 속을 뒤집을 일이 얼마나 많이 남았을까.


이렇게 시원하게 쓰고 나니 뒤통수가 따가워진다. 그러나 다행히 엄마는 SNS를 하지 않는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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