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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Feb 25. 2019

즐겨라, 열광하라, 함께하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보헤미안 랩소디가 올해 오스카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처음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저 그랬다. 


메타크리틱에서는 100점 만점에 48점을 받는 것에 그쳤고 로튼토마토에서도 신선도 61%에 머물렀다. 한국의 영화 유튜버 중에서도 이 영화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가 꽤 있었다. 하지만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관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국을 기준으로 <신비한 동물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비해 소소하게 개봉했던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점점 흥행했다. 이후 연이은 신작 개봉에도 상영관을 지키며 관객을 끌어들였고 결국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북미에서도 2억 달러를 돌파하며 크게 흥행했다.


그리고 이번 오스카에서 4관왕에 오르며 보헤미안 랩소디는 2018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


전문가와 달리 우리는, 관객은 왜 이 영화에 이렇게 열광했을까?  


깊지 못했지만 충분했던 프레디 이야기


전문가들이 지적한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은 '수박 겉핥기 프레디 이야기'란 점이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14분으로 꽤 긴 편이다. 하지만 다루는 시기는 15년으로 만만치 않고 그 사이 음악이 들어가는 데다 마지막 라이브 에이드는 20분을 차지한다. 결국 스토리는 얄팍해지고 전개도 매우 빠르게 흘러간다. 따라서 이야기의 깊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콘서트 장면은 빠르게 휙휙 지나가버리고, 프레디의 이민자, 양성애자, 콤플렉스 같은 다양한 면은 깊이 없이 짤막하게 한 번 보여주고 넘어가는 것에 그친다. 작곡에 대한 고뇌도 거의 나오지 않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프레디의 원래 모습에 발만 담그다 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퀸에 대해 깊게 다뤄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덕에 관객은 이 영화를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었다.

프레디가 가진 문제는 지금도 쉬운 주제가 아니다. 만약 양성애, 프레디의 어두웠던 사생활을 너무 깊게 다뤘다면 관객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불편함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프레디의 동성 키스 장면에서 조용하던 영화관에서 '헉'소리가 터져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부분을 가볍게 집어만 주고 넘어갔기에 대중은 큰 거부감 없이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에 이어지는 프레디의 아픔에 무겁지 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가끔은 무거운 것을 무겁지 않게 다루는 편이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쉬울 때가 있다. 이런 면에서 이 영화의 판단은 꽤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프레디에 대한 부족한 해설과 이야기는 라미 말렉의 훌륭한 연기가 말끔히 채워준다.


라미 말렉의 열연


라미 말렉이 프레디와 비슷한 외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라미 말렉은 프레디의 습관과 행동을 완벽히 재현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외모까지 흡사하게 보이게끔 만들었다.


특히 라미 말렉의 눈빛 연기와 디테일한 감정 표현은 위에서 말했던 프레디에 대한 영화의 부족한 설명을 말끔히 메워준다. 굳이 사생활에 대해 깊게 나오지 않았음에도 라미 말렉의 연기를 보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유추가 된다. 이민자, 양성애에 관한 이야기도 깊게 다루지 않지만 라미 말렉의 연기가 깊이를 더해 준다.


라미 말렉은 프레디를 완벽히 연구하고 이해한 후 연기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관객은 이런 라미 말렉의 연기에 빠지고 그와 감정을 나눈다. 그리고 라미 말렉이라는 다리를 통해 프레디와 만나고 프레디와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루시 보인턴과 라미 말렉이 메리, 프레디로써 보여주는 연기는 자칫 대중이 이해하기 힘들 수 있는 프레디와 메리의 관계를 연기를 통해 완벽히 보여준다.


다시 듣는 명곡의 향연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퀸의 음악이다.


'세월이 지나 밴드의 이름이 잊히고 가수가 세상을 떠나도 명곡은 남는다.' 


이번 영화를 통해 퀸은 그것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거기다 퀸을 모르는 이들도 광고나 TV를 통해 퀸의 음악을 알고 있었고 이것이 영화를 통해 퀸에 대한 열풍으로 이어졌다.

 

뛰어난 명곡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중간중간에 삽입되면서 영화의 지루할 틈을 상실시켰다. 영화에서 들려오는 퀸의 명곡을 들으며 박자를 맞추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클라이맥스인 라이브 에이드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관객도 함께 그 떨림과 설렘을 느낀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문제로 명곡들이 나오다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많고, 곡의 발매 연도도 실제와 다르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자는 시간의 문제로 어쩔 수 없고 후자의 경우에는 영화적 효과로 이해할만하다. 연도에 묶이지 않고 음악을 잘 배분했기에 훨씬 더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적당한 재미와 감동, 함께하는 흥분


관객이 영화에 가장 원하는 것은 재미다.


스토리의 철저한 개연성, 영화의 메시지나 깊이는 재미가 보장되고 난 후의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메시지와 묵직한 깊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재미가 없다면 대중은 그 영화를 찾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대중 영화이자 상업 영화인 보헤미안 랩소디는 완급조절을 잘 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관객과 함께 호흡한 영화다. 함께 노래하고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싱어롱이라는 이름으로 특별 상영됐다. 관객은 영화와 배우, 그리고 세상을 떠난 프레디와 함께 즐기고, 열광했다. 그리고 전 세계를 초월해 퀸을 소환했다. 이 사실 만으로도 이 영화는 영화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 영화의 열기는 사그러 들겠지만 프레디의 기일, 퀸의 기념일이 다가오면 많은 이들이 다시 이 영화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다시 봐도 퀸의 음악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할 것이고 라미 말렉의 연기는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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