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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Apr 03. 2019

만화 주제가에 눈물이 나는 이유.

정신없이 어른이 된 우리.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지금이 순간이 꿈이라면..."


익숙한 음과 함께 이 가사가 흘러나오면 나와 같은 시대를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뒷부분을 따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나의 눈을 잡아 끈 것은 TV 만화였다. 


일요일 아침이면 디즈니 만화동산의 오프닝을 들으며 일어났고, 투니버스를 보기 위해 리모컨을 잡고 부모님을 조르곤 했다. 학교에 다녀와 학원 가기 전, 잠깐 보는 만화가 참 달콤했다.

남자아이들도 안 보는 척하며 다 봤던 세일러문

'아침 해가 빛나는 끝이 없는 바닷가.

맑은 공기 마시며 자, 힘차게 달려보자.'


만화가 시작하기 전, 만화의 오프닝 주제가가 흘러나오면 그때부터 마음이 들떴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30분이 넘지 않는 그 짧은 시간에 난 만화 속 세계로 완전히 빠져들었다.


당시 나에게 만화는 또 다른 친구였고, 새로운 여행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커가며 만화는 나의 생활에서 멀어졌다.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시간이 많아졌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아예 TV를 볼 시간이 없어졌다. 


그렇게 만화를 보기 위해 TV 앞에 붙어있던 어린 나는 어느덧 어른이 되어있었다. 


이제는 만화가 몇 시에 방영되는지, 어떤 만화가 어디서 방영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 문뜩 예전 듣던 만화 주제가가 들려오면 어린 시절 그때처럼 가슴이 뛴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살아나 날 다시 그때의 어린아이로 만든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추억의 만화 주제가 흘러나오면 너나 할 것 없이 우리의 얼굴은 어린 시절 그때로 돌아간다. 먹던 음식도 놔두고 TV 앞으로 달려가던 그때처럼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른다. 만화를 안 본 지 그렇게 오래됐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그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그렇게 반갑던 노래가 지금 들으면 왠지 가슴 한편을 짠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디지몬 어드벤처

'그래 그리 쉽지는 않겠지.

나를 허락해준 세상이란, 손쉽게 다가오는 편하고도 감미로운 공간이 아냐.
그래도 날아오를 거야.'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따라 불렀던 노래가 묘하게 위로를 건넨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나와 현실에 찌든 날 비교하게 만든다.


어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어른이 된 것은 아니다. 그냥 시간이 어느새 우리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우린 아직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만화 주제가는 책임감과 역할에 둘러써야 정신없이 어른이 된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어린 나'를 끌어낸다. 그리고 녀석은 날 보며 어깨를 토닥인다. "어른이 되느라 수고했어.'라고 말이다.


그 위로가 나를 만화 주제가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철없는 어른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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