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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Apr 18. 2019

남자들이 사랑한 꽃미남 밴드 '버즈'

2000년대를 강타한 꽃미남 밴드의 조상 

코인 노래방이 막 생기기 시작했을 2000년대 초반, 학교 주변에 있는 오락실은 버즈의 노래로 가득했다.


특히 당시 수학여행이나, 졸업 여행에서 장기자랑이 열리면 남자들은 너 나할 것 없이 버즈의 노래를 불렀다. 학교 동아리 밴드도 버즈의 노래를 연주했고, 노래에 크게 관심 없는 학생들도 민경훈의 창법과 행동을 따라 하곤 했다. 당시 유행하던 아이리버 MP3는 버즈의 노래로 가득했다. 

특히 버즈는 남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그 학생들은 성인이 된 지금도 버즈를 기억하며 버즈의 노래를 부른다. 그만큼 버즈는 하나의 열풍이었다.


#꽃미남 밴드의 등장


버즈는 2003년, '어쩌면'이라는 곡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데뷔하자마자 멤버들의 뛰어난 외모와 민경훈의 독특한 보컬, 중독성 있는 곡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민경훈의 외모는 지금 아이돌 가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났다. 그래서인지 언론도 그의 외모에 주목했고 한 번에 많은 여성팬을 거느린 꽃미남 밴드가 됐다. 이후 씨엔블루나 FT아일랜드로 이어지는 꽃미남 밴드의 시초 격인 셈이다.


이후 버즈는 후속곡인 'Monologue'가 '어쩌면'보다 더 흥행하면서 확실히 성공한 신인 밴드로 자리 잡게 된다. 


#짧지만 너무나 강렬했던 전성기


2005년 버즈는 2집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 앨범의 타이틀이었던 '겁쟁이'는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각종 음악 프로그램,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인기는 거의 신드롬 수준이었다. 이때부터 남학생들은 완전히 버즈에 꽂힌다. 거의 반했다고 봐도 될 수준이었다.


노래방에서는 버즈의 노래가 안 들리는 경우가 드물었다. 후속곡인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뿐 아니라 활동하지 않는 곡들까지 줄줄이 화제에 올랐고 노래방에서 불려졌다. 

이 인기는 2006년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물론 2집만큼 크게 흥행하지는 않았지만 만화 주제가였던 '활주'도 흥행했고 3집의 수록곡이었다가 타이틀 곡이 된 '남자를 몰라'제목에서부터 남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당시 모든 남학생들을 버즈의 팬으로 만들었다.


이후 버즈가 부른 2006년 월드컵 주제가 'Reds Go Together' 역시 당시까지 남아있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열풍과 함께 어느 정도 흥행했다. 하지만 이 전성기는 2007년 멤버들의 군입대 문제로 버즈가 해체를 선언하며 끝을 맺는다. 데뷔 후 3년이 좀 넘은 시점이었다.


#왜 남자들은 버즈에 열광했을까?


모 방송에서 "어떻게 동성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있을 수 있었나요?"라고 후배가 묻자 민경훈은 "해체해서 그래, 너희도 인기 있을 때 해체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겸손일 뿐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동성에게 인기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 버즈 멤버들의 외모는 확실히 남성보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남성 스타일이었다. 그럼에도 남자들이 버즈에게 열광한 것은 바로 그들의 노래와 민경훈의 보컬에 뭍어있는 특유의 감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유희열은 남자들이 따라부르고 싶어하는 노래를 만들려면 화자가 '최대한 처절하고 절절해야 한다'라고 했다. 의견에 동의한다. 여기에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고음과 따라 하고 싶은 음색곁들여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남성 전용 노래방 곡이 되는 것이다.


버즈는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민경훈의 보컬은 남성들이 좋아하는 '처절한 감성'에 너무나 어울린다. 강렬하면서도 절규하듯 들리는 강렬한 비트와 왠지 남자들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가사까지... 남자들이 버즈에 열광하는 건 당연했다.


특히 '가난한 사랑' '남자를 몰라'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같은 곡들은 아예 남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이런 버즈의 감성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겨냥하고 있다. 그렇기에 10년이 지나도 버즈의 곡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당분간 다시없을 꽃미남 밴드


버즈의 성공 이후 꽃미남 밴드는 계속 가요계에 나타났다. 그중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는 성공을 거뒀고 가요계에서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버즈를 넘어서지 못했다. 특히 동성들로부터 이렇게까지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밴드는 없었다.


버즈는 재결합하여 다시 활동하고 있다. 한창 상태가 좋지 않던 민경훈의 목도 활동이 이어지며 조금씩 회복되어가는 모습이다. 물론 버즈의 노래는 이제 가창력을 떠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마음을 울리는 뭔가 힘을 가진 듯 하지만 말이다.


아이돌이 흥행하는 현 분위기에서 다시 이런 스타일의 밴드가 나오려면 꽤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거기다 버즈를 넘어서는 밴드가 나오려면 그것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노래방에 가고 싶게 만드는 밴드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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