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나는 소소한 위로.
우리 동네에는 고양이가 많다.
우리 동네에선 밤이나 낮이나 흔하게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동네에 산 지 10년이 다 돼가는데 줄기는커녕 점점 더 늘어나는 기분이다.
우리 동네 분들은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 고양이 밥이나 물이 놓여있는 걸 볼 수 있다. 비가 오는 날, 거리에서 비를 맞고 있는 고양이 새끼들을 위해 박스로 집을 만들어 주는 분도 계셨다. 그래서 점점 더 고양이가 늘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
동네의 고양이들도 그런 주민들에게 보답하듯 다른 길고양이들보다 경계심이 덜한 편이다. 대놓고 거리에 세워진 차량 보닛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사람들이 다니는 도보 한 군데에 떡하니 누워있는 경우도 많다. 거리가 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함께 산책해주는 경우도 있고, 아주 가끔 건물에 따라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까칠하던 녀석이 가끔 등을 내어주고나 다리 밑을 맴돌 때는 절로 미소가 번진다.
물론 불편한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하 주차장에 똥을 싸는 경우도 많고, 차 유리에는 고양이 발자국이 가득하다. 밤에 시끄럽게 우는 경우도 많고,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흔히 벌어진다. 층간소음이나 주차 문제, 분리수거 문제와 같이 방향성이 좀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 고양이 탓할 일은 아니다. 생명과 생명이 함께 살다 보면 어떻게든 충돌이 나기 마련이다. 그래도 다 같이 어울려 사는 거다.
그리고 지친 하루를 마치고 귀가하다 만나는 고양이는 일상의 큰 위로가 되어준다.
엄청난 고민을 하며 걷다가도 고양이를 보면 걸음을 멈추고 녀석을 보게 된다. 녀석에게 다가가 보기도 하고, 급하게 녀석에게 줄 것을 찾아보기도 한다. 어쩌다 녀석과 교감이라도 하면 큰 위로를 느끼기도 한다. 이보다 더한 소소한 행복이 있을까?
일상의 고민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준다는 것만으로 난 녀석들이 소중하다. 녀석들과 함께 하는 것이 즐겁다.
오늘도 밖을 거닐다 고양이 친구들을 만난다. 나처럼 힘든 하루를 보냈을 녀석들과 잠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녀석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