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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Apr 29. 2019

11년을 함께한 모두를 위한 헌사.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리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I am iron man"


히어로 무비의 역사를 새로 쓴 이 대사가 나온 지 벌써 11년이 지났다. '아이언맨 1'을 보며 열광했던 중고생들은 이미 성인이 됐다. 예전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가 그랬듯 마블 히어로 무비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우리와 한 시대를 함께한 상징이 되었다.

아이언맨은 마블 영화의 시작이자, 한 시대를 이끈 출발 점이다.

하지만 시대란 흐르기 마련이고, 세대교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는 개봉 전부터 한 시대를 끝내고 다가오는 다음 시대를 맞이하는 분기점이자, 마블 히어로 영화 역사의 거대한 1장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하리라 예상됐다. 

워낙 많은 추측과 다양한 설들이 난무해서 기대만큼 우려도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 범위가 있었고, 히어로 무비 특성상 '얼마나 감동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수많은 히어로 영화 중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준 것은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거의 유일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나의 걱정은 너무나 불필요한 것이었다.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적절한 호흡과 이야기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갈등의 해결'이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이 부분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팬 서비스도 하며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차분히 되새길 수 있는 아주 탁월한 방법을 선택했다.


또한 전작인 '시빌 워'와 '인피니티 워'에서 보여줬던 적절한 팀 분배를 다시 사용했다.


이를 통해 영웅들 간의 케미를 살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히어로로 살며 그들이 얻은 상처와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조명하는 데 아주 적절한 방법이었다.

마블 특유의 호흡도 잘 살아있었다. '인피니티 워' 직후인 만큼 이야기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무거움이 지속될 경우 자칫 관객은 피로감을 느낀다. 하지만 마블은 여기에 특유의 유머감각을 버무려 무게감을 덜었다.


물론 그 유머도 아픔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인피니티 워'의 상처가 가볍게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


#길진 않았지만 강렬했던 액션


액션 분량이 '인피니티 워'나 '시빌 워'에 비해 많지는 않다. 그리고 이에 실망한 관객도 있는 듯하다.


특히 '인피니티 워'에서 아이언맨과 타노스의 대결은 지금껏 나온 마블 영화 액션 장면 중 단연 최고라고 할 만큼 뛰어났으니 이 정도의 장면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 대 일'구도를 떠나 전체적인 액션에서는 결코 다른 마블 영화에 뒤지지 않았다. 힘을 모아두었다가 모든 것을 쏟아붓는 느낌이었고 그 비장함과 화려함은 충분히 살아있었다. 시간이 짧았을 뿐, 다른 마블 영화보다 공들인 티가 역력했다.


특히 이번 영화는 액션을 통해 감정이 느껴지는 장면이 꽤 많았는데 적절한 연출을 통해 이를 매우 잘 살렸다. 그 덕에 '인피니티 워'에서부터 기다려온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감정적으로 몰입하기에는 충분했다.


#영웅들의 밸런스 조절.


이렇게 다양한 능력의 영웅들이 쏟아지면 제일 먼저 우려되는 점이 바로 밸런스 문제다.


특히 이번 영화는 '캡틴 마블'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마블은 이 문제를 매우 유연하고 똑똑하게 해결했다. 각자에게 역할을 부여하여 적절한 강함을 보여주면서도 한쪽으로 축이 기울지 않게 신경 썼다.


지금껏 여러 히어로를 다뤄온 마블의 노하우가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였다.


#아쉬운 점은?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긴 러닝타임에도 담아낼 이야기가 많았던 탓에 대충 넘겨야 하는 부분도 존재했으며 밸런스 조절을 통해 이야기가 일방적이지 않도록 했지만 그 바람에 존재감이 희미해진 영웅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바로 '이 시대, 이 시점에 적절한 영화'라는 점이다.

마블 영화를 얼마나 봤고 얼마나 애정을 가졌느냐에 따라 그 평이 엄청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다. 애초에 이 영화 단편만으로는 감동이나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다.


만약 5년 후 누군가가 이 영화만 따로 놓고 본다면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이 영웅들이 잊혀진 수 십 년 후라면 더 그럴 것이고 말이다.


#총평

: 11년을 함께한 모든 이들을 위한 최고의 헌사.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마블과 함께한 배우와 관객에게 최고의 헌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영화는 단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리고 멋진 마무리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고심의 흔적과 배려가 스크린을 통해 절절히 전해진다.


11년이란 긴 세월, 이 세월을 함께한 팬들과 배우들, 그리고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까지 이 영화는 이 모든 것에 애정을 듬뿍 담아 온 몸으로 감사를 전한다. 영화의 스토리를 떠나 그 마음이 심금을 울렸다.

마블 팬이라면, 특히 그 길고 긴 마블의 여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열정적인 팬이라면 이 영화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마블 영화가 되리라 장담한다.


이 영화는 지금껏 마블과 함께한 모두를 위한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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