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리뷰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의 인물들은 떠나고, 새로운 영웅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어벤저스 : 앤드 게임]이라는 거대한 이벤트가 끝나고 그 뒷 마무리이자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맡게 된 것은 '우리들의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이었다.
스파이더맨은 세 번이나 새롭게 시리즈를 리부트 했다.
하지만 이전의 스파이더맨과 이번 스파이더맨은 '단독 시리즈'를 넘어 '프랜차이즈 전체의 운명'을 쥐고 있는 만큼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왕이 되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과연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그 무게를 견뎠을까?
전작 '스파이더 맨 : 홈 커밍'은 여러 면에서 호평받았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액션 부분에서 뉴욕의 도심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던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 맨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를 들었다.
특히 바로 전작 '어벤저스 : 엔드게임'에서 멋지고 훌륭한 액션이 대거 쏟아졌기에 과연 그 이상, 또는 색다른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스파이더맨이 가진 능력 자체가 토르, 아이언맨 등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캐릭터들과는 거리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영리하고 뛰어난 방법으로 액션의 질을 끌어올렸다. 전작에서 지적받았던 '도심을 가르는 스파이더맨'도 어느 정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점이 차기 스파이더맨을 기다리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한 미스테리오는 매력적이었고, 인상 깊었다. 능력적인 부분에서도 자식만의 개성을 마음껏 보여주며 시각적인 즐거움도 선사했다.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인 만큼 톰 홀랜드와의 연기 조합도 꽤 훌륭했다.
특히 한때 논란이 됐던 'MJ'는 이번 편에서 히로인으로써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전편에서 왠지 모르게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였다면 이번 편에서는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주며 '원작 훼손' 논란에서 조금은 벗어날 여지를 남겼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액션 부분에서 이야기했듯 제작진이 전작에서 혹평받았던 부분을 수정하려 노력했다는 게 눈에 보였다.
위에서 언급했듯 제작진은 지난 작품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작의 장점들 중 일부가 치명적인 단점이 되고 말았다.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달리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특유의 명랑함과 위트가 있었다.
이것은 지난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이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이자 특징이며 장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했다.
개그 타율은 나쁘지 않으나 너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통에 흐름이 깨지고 이야기가 늘어나 버렸다.
또한 전작에서 큰 원군이 되어준 아이언맨은 이번에도 매우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그 분량이 적지 않아 스파이더맨이 그에 묻히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스파이더맨 단독 영화가 아닌, 아이언맨 +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보는 기분이랄까?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영화 속 대중들은 스파이더맨에게 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리고 마블은 이 영화를 통해 '스파이더맨이 그래 주길' 바라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표현한다.
이 영화는 마블의 스파이더맨에 대한 기대가 집약적으로 담겨 있는 영화다.
아이언맨 1편과 2편의 감독을 맡았던 존 패브로가 해피로써 스파이더맨을 바라보는 장면이 뜻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스타트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완벽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아직은 답을 유보하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스파이더맨은 이번에도 아이언맨의 후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캡틴만큼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그래도 기대할 요소만큼은 분명 남아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늘 애매하게 막을 내렸다.
이번 스파이더맨만큼은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처럼 멋지고 깔끔하게 맡은 역할을 다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