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제는 나였다.
이 글을 써 내려가면서 사실 괴로웠다. ‘내가 만난 이상한 남자 모음집’이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자학의 역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읽는 사람에겐 웃긴 이야기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상처의 복기였다.
그래도 에필로그쯤에선 뭔가 정리되고,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꾸역꾸역 써 내려갔다.
결국 문제는 나였다. 결혼이 너무 간절했던 나머지, 상대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 뒤에는 ‘빨리 안정되고 싶다’는 조급함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 내가 동경하던 면을 가진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주었다.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학력, 좋은 직장, 사회적 지위, 경제적 여유. 그런 것들이 마치 내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부품’처럼 느껴졌다. 자신감 넘치고 단단해 보이는 사람 옆에 서면 나까지 완성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내 중심이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내 안의 결핍을 미뤄두었다. 회사에서 소극적인 나, 남의 눈치를 보느라 내 몫을 잘 챙기지 못하는 나, 불투명한 미래에 밤마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나.
그 모든 불안을 스스로 다루는 대신, 누군가 나를 구해주길 바랐다.
그 구원의 형태가 ‘사랑’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누군가를 찾았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덮어줄 사람, 나 대신 나를 책임져줄 사람, 나를 안정시켜줄 사람.
마치 조립형 로봇처럼, 부족한 부품을 외부에서 구해 붙이면 완성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조립은 언제나 어딘가 덜 맞았다.
누군가를 통해 완성되려 하면, 결국 나는 그 사람의 일부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이제는 내가 동경하는 것들을 바깥에서 찾지 않으려 한다.
대신 내 안의 단단함을, 내 속도의 성장과 안정감을 찾아가려 한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서는 대신, 내 두 발로 중심을 잡고 서는 법을 배우려 한다.
어쩌면 진짜 사랑은, 누군가에게 기대어 완성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세계를 존중한 채 나란히 걷는 것 아닐까.
나는 지금부터 그것을 연습하려 한다.
조립이 아닌, 성장으로. 의존이 아닌, 자립으로.
그리고 타인을 사랑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부터 배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