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스로를 멀쩡한 인간의 범주에 넣어왔다. 일도 하고, 인간관계도 유지하고, 자기 조절이 되는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사람. 주변 친구들이 심리 상담을 받아보고 너무 좋았다며 권할 때도, 그렇게까지 돈과 시간을 써가며 갈 만큼 내 인생에 크리티컬한 문제가 있을까 싶었다. 상담실은 힘든 사람이 가는 곳이고, 나는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내 인생에 상담실을 방문할 일은 없을 거라 꽤 오래 믿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 중 한 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정신과에서 약 처방은 받고 있었지만, 옆에서 보기엔 늘 위태로워 보였다. 상담도 병행해보라고 여러 번 권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고,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그녀를 위해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라에서 지원하는 마음치료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신청하라고 링크를 보내면서, 문득 이 기회에 나도 한번 받아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에 한 번, 하루 한 시간을 투자해 심리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 전 사전 검사에는 ‘현재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적는 항목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제대로 된 답을 쓰지 못했다. 분명 힘들다는 감각은 있었는데, 순간의 감정들이었고 이게 상담까지 받아야 할 문제인지 확신이 없었다. 결국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이슈를 대충 끄적끄적 적어 내려갔다. 상담사님도 그 휘갈겨 쓴 응답지를 보고 잠시 멈칫하셨던 것 같다. 나 역시 그 순간까지도, 내가 왜 이 자리에 앉아 있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