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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기환 Jun 03. 2020

히치하이킹 프로세스



  그렇게 칼과 닉을 보내고선 터벅터벅 홀로 숙소로 들어갔다. 배정받은 방은 공교롭게도 3인실이었다. 나는 두 개의 침대를 쓰지 않을 것이란 사실에 낯설어하며 낡은 침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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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3일 동안 나는 닉과의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말라리아 약과 종합비타민, 감기약 등을 찾아 다르에스살람을 활보했다. 짐을 줄이기 위해 한국에 가서 고칠 생각이었던 카메라, 올리브유와 양초. 옷과 샌들, 쌀 등을 YWCA에서 제일 성실하게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다 주고선 잠깐 틈을 내어 맨발로 혼자서 이곳저곳을 걸어 다녀보기도 하였다. YWCA의 대문 옆을 지키고 있는 고리타분하게 늙은 리셉션은 내가 맨발로 나갈 때마다 이유를 물어봤지만 설명할 때마다 이해가 되지 않는지 연신 미간을 찌푸렸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침대 위에서 빈둥거리며 닉을 기다렸다. 시간의 상대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2주보다 긴 3일을 느끼며 그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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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째 되는 날, 닉과 나는 marry brown이라는 햄버거 가게에서 만나기로 했다. 도착한 닉은 슴슴하게 인사를 나누자마자 잔지바르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늘어놓았다. 술과 수면의 지루한 반복이라 재미도 없었고 칼만 혼자 신나게 놀아서 오히려 내가 보고 싶었다고. 나는 그의 말을 감싸고 있는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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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넛을 씹으면서 그동안의 안부를 차곡차곡 업데이트 한 뒤 우리는 내일의 출발을 위해 조금 이르게 숙소로 들어왔다. 말없이 짐을 싼 후 침대에 곧바로 누워 잠을 청했다. 몇 번 뒤척이지도 않았는데 끝이 나버린 이상한 밤을 보내고 난 후 우리는 조금 더 가벼운 짐을 멘 채로 늘 함께해왔다는 듯 뻔뻔하게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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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목적지는 아버지를 만나기로 한 모시.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동선을 구상했다. 먼저 우리는 하루 20km~30km를 걷고 나머지는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르에스살람부터 모시까지는 400km 정도 떨어져 있기에 걷기만 하다간 이틀 후 2박 3일 일정으로 오는 닉의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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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에겐 야무진 여행 과정이 있었다. 먼저 맵스닷미 maps.me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켜 우리의 위치와 모시까지 가는 갈림길을 체크했다. 핸드폰 지도의 특성상 축척이 작을수록 비교적 큰 마을이 나오는데 그렇게 먼저 뜨는 마을을 기점으로 하여 여행의 뼈대를 세웠다. 오늘을 포함, 3일 안에 아버지가 있는 모시로 가야 하니 길을 3 등분하여 하루의 목적지를 정했다. 그렇게 정해진 도시는 코로게 korogwe, 첼린제 chellenge라는 마을이었다.






  닉은 먼저 도시를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도심 내에서 히치하이킹을 할 경우 교통체증 때문에 효율이 나지 않으며 손을 들고 있으면 달라달라(오토바이)라던지 미니 버스들이 마구 서는 통에 히치하이킹이 불가능하다고. 더하여 체증도 체증이지만 실핏줄처럼 연결된 도시에서 히치하이킹은 위험하다고 했다. 대도시에는 굶주린 이방인이 많아서 배낭을 멘 여행자를 노리는 범죄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도시까지 이어지는 메인 도로를 찾아 그곳까지 걸어가는 게 첫 번째, 도착한 다음 도로를 따라서 최대한 외곽으로 벗어나야 한다는 게 두 번째 프로세스였다. 그다음 그곳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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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아프리카에서 히치하이킹은 굉장히 보편화되어있다. 교통이 촘촘하게 발달되어있기는 해도 버스에 사람이 꽉꽉 차야지 출발하는 아프리카의 대중교통 특성 때문에 발달했다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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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역시 보츠와나를 홀로 여행할 때 히치하이킹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 기사로 만난 사파리 가이드가 아프리카의 히치하이킹에 대한 나의 궁금증에 대해 성실히 답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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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령 아프리카에서는 유럽, 미국에서 하는 것과 같이 엄지를 들고 히치하이킹을 기다리고 있으면 그냥 ‘좋다’라는 표시인 줄 알고 지나가기에 꼭 손을 팔랑거리며 흔들어야 하며 대부분이 히치하이킹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영미권의 나라처럼 리프트lift라고 칭한다는 사실, 그러니 그냥 스와힐리 발음으로 '니엠바 리프티'라고 하면 사람들이 알아들을 것이라는 정보 등등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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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설명해준 아프리카의 히치하이킹은 카풀 개념에 가까웠다. 주로 여행객은 흥정을 통해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현지인은 대체로 돈을 지불하지 않고 운전을 나눠서 하던가 이야기를 하며 운전사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으로 퉁친다고 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굉장히 수월하게 살고 있었다.





+ 보츠와나에서 히치하이킹하다가 만난 코끼리(?)랑 사파리 가이드, 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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