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로 향하는 기차입니다.
차창 밖으로는 방금 전 떠나 온 타라고나의 흔적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모두 여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곳 스페인의 여름은 대단히 뜨겁습니다.
따갑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극렬한 태양빛이 쏟아져 내립니다.
벌써 여행의 4 분의 1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저는 여행동반자인 양지구 언니가 뜨개질을 할 때 옆에서 얌전히 뜨개실을 뽑아주고,
라면과 햇반을 가까이하며,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영양제를 털어 넣고,
반려식물인 '그루'(레몬나무)를 그리워하며,
때때로 여행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별거 없지요?
정말 그렇습니다.
차창 밖의 풍경은 아름답습니다.
저채도의 초록, 토양, 지붕이 생성과 상실을 반복합니다.
어쩌면 찬란하다는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시간이고 펼쳐지는 생성과 소멸을 마주하며
문득, '아 -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한 번 어쩌면
저는 무서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 또한 제가 마주하고 있는 끊임없는 소멸 중 하나가 되겠습니다.
모두들 정말로 잘 지내시죠?
더위 조심하세요. 냉방병도요.
몇 장의 사진을 첨부하며
이 편지의 온점을 찍겠습니다.
곧 그라나다에 도착한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