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 나라에 온 이후로 매일 조용히 흥분해 있다. 그리곤 어느 날 밤에는 기어코,
아- 정말로 내일도 이 집에서 살고 싶다-
하고 이탈리아 북부의 어느 옥탑방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흐린 노란색 의자에 앉은 채로.
이미 잠들어버린 여행동반자를 깨워서 흥분을 설명하기에는 나의 그것은 매우 고요하므로 얌전하게 키보드를 꺼내 들었다.
의도치 않게(의도치 않았다고 하기엔 여행 두 달 전부터 예약해 놓은) 이번 이탈리아에서 묵는 에어비엔비 두 곳 모두 옥탑방이었고, 이전에 유럽의 몇몇 도시에서 옥탑방이 아닌 일반 에어비엔비를 경험한 적이 있다. 따라서 유럽의 일반 집과 다른 이탈리아 옥탑방만의 마력을 얌전하게 적어보려 한다.
이탈리아 건물의 특징을 정리했다(지극히 주관적이다),
1. 보안이 철저하다.
- 듬직해 보이는 열쇠꾸러미를 모두 사용해야만 비로소 방에 들어올 수 있다.
2. 문이 무겁다.
- 문의 무게가 주는 안정감과 안전감, 고립감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필자는 무게감이 있는 문을 선호한다.
3. 개성있다.
- 저마다 건물의 색감, 가령 연한 초록색이랄지, 탁한 초록색이랄지, 올리브의 초록색이랄지 하는 정도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쉽게 말해 똑같은 건물이 없다는 얘기다.
4. 깔끔하다.
- 이 부분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개성적이면서 통일성을 갖추다니.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모든 건축물들이 개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합을 맞춰서 나오는 정돈된 분위기랄까.
5. 커다란 창문이 많다.
- 환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도시 계획을 했나 보다 한다.
6. 조명 시설이 특이하다.
- 대부분이 조도가 낮은 간접조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가는 왜 이탈리아까지 가서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듬직함과 초록색을 도대체 왜.
필자는 그저 이 차분한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키보드를 꺼냈을 뿐이다. 자고 있는 여행동반자를 굳이 깨워 앉혀 난데없이 건물에 대해 얘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탈리아 건물의 특징이라고 썼지만,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6가지 이유라고 쓰는 것이 아무래도 혼란이 없을 듯하다.
그래서 하고픈 말은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말-
여러분에게 주절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