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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구 Sep 10. 2023

이탈리아 코모에서 보내는 편지


아름다운 호수 마을입니다.

만, 왠지 모르게 ‘남양주’라는 이름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속 뜻은 없습니다.



그동안 이렇다 할 생활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눈이 떠지면 일어나서(대체로 오전 9시 전후) 전 날 만들어 둔 과카몰리를 마트에서 아무렇게나 샀지만 맛있는 빵에 발라먹는 것으로 잠을 깨웁니다. 그리고는 이미 노랗게 그을린 몸에 선크림을 열심히 바릅니다(옷차림이 워낙 가벼워서 마치 ‘선크림’이라는 얇은 내의를 입은 것도 같습니다). 화장품은 본래의 역할이 잊혀 캐리어의 깊은 곳에 파묻힌 지 오래이고, 그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저는 이 점이 마음에 듭니다.


대체로 그늘이 있는 쪽으로 마구 걷다가 눈에 띄는 곳에 들어가 기웃거리기를 반복, 또 반복하다가 다리가 아프면(1.5만 보 이후더군요) 700ml 맥주 두 병과 고기 한팩을 사서 집으로 걸어갑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모두 고기와 맥주가 싸고 맛있습니다. 특히 고기는 1인분 한팩이 5천 원 정도로 저령하고 그 값에 비해 풍미가 매우 좋으니, 부엌이 있는 숙소에 묵으신다면 한 번쯤은 드셔보시길요.

맥주 같은 경우에, 필자가 가볍고 알코올향이 적은 라거 맥주를 선호하여 ‘BIRRA MORETTI filtrata a freddo’와 ‘Alhambra ESPECIAL’, ‘BIRRA MESSINA’가 적당했습니다. 풍미라고 해야 할까요, 훌륭합니다. 아쉽지 않게 마셔 둬야겠군요.


후에는 맛있는 취기와 기분 좋은 근육통을 느끼며 혼곤한 잠에 듭니다. 그리곤 또다시 빵을 굽고 냉장고에서 과카몰리를 꺼냅니다.


이런 ‘일상생활’을 표방하는 익숙함과 반복이 좋습니다. 아이러니하군요. 일상을 벗어난 여행에서 일상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만족감을 느끼다니요. 어쩌면 저는 일상을 닮은, 일상과 유사한 시간을 ‘좋아하는’ 여행이라 여길수도 있겠군요. ‘좋은’ 여행이 아닌 ‘좋아하는’ 여행이라고 불러야 오해가 없겠습니다.


오늘의 익숙함을 위해 맥주 한 잔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납작 복숭아는 털이 없는 것이 있는 것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그럼 이만.




<사진> 이탈리아 코모 호수, 벨라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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