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도 쓰지 못하게 된 어느 순간부터 모호한 경계에 서 있다. 쉼과 공백의 사이인지, 또는 미처 찾아내지 못한 단어의 사이인지, 모호한 나는 모른다. 폐병 환자의 기침처럼 마르고 헐떡거리는 활자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연민과 동정 그리고 꺼림칙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리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관찰자와 주역을 번갈아가며 첫째로는 수치스러웠고, 그다음으로는 한심스러웠다.
참을 수 없는 욕지기를 느끼며 잠에서 깼다. 더는 깊을 수 없는 어둠에 희미한 파랑이 덧대여진, 새벽인지 밤인지 모를 모호한 경계에 나는 깨어났다. 완연한 파랑이 찾아오고 이윽고 그것마저 물러날 때까지, 몇 가지 경계가 지나치는 그 교교한 방에서 구역감에 몸을 비틀었다. 한기가 목울대를 타고 치밀어 오르자 변기를 붙잡고 구역질을 해댔다. 헛구역질이었다. 나온 것이 없었으므로. 하지만 무엇이라도 쏟아내는 양 오랜 시간 몸을 흐느꼈다. 어쩌면 정성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오랜 시간을.
가벼운 생각과 활자들이었다. 변기물에 흘려보내며 나는 그것들의 집요함과 진실됨에 두려웠다.
창밖의 빛이 사위어 경계는 또다시 모호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