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과 회사생활
'주구씨, 그렇게 열심히 하면 지쳐. 오래 못해 이 일.'
첫 회사, 첫 팀장님께서
퇴근하지 않는 신입 주구에게 한 말이다.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가 절로 나온다.
'어디로~ 가야하죠~ 팀장님~
호구 신입은 처음인가요~'
로 개사하며 흥얼거리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그것도 모자라 약간은 그 말을 업신여기기며.
최선을 다해서 단시간에 인정받겠다는 야망이 가득 찬 신입 겸 사회초년생의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던 어린 주구.
팀장님의 말을 귀 담아 들었어야 했는데.
어떤 최선을 다짐했던 것일까
어떤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일까
어떤 직원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첫 팀장님이 회사를 헤딩하고 나간 후 몇 명의 팀장님이 바뀌는 그런 폭풍 같은 시간이 흐르고, 지금 나는 쌀쌀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의 무게에 담긴 어리석음과 폭력성과 회한은 아직까지도 지긋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평일의 집에는 괴괴한 백색 소음이 들어앉아있었다. 내가 없는 몇 년 동안 그랬을 것을 생각하니, 괜히 남의 영역에 들어온 것만 같이 눈치가 보인다. 허나 점점 나 또한 그 괴괴한 소음 중 일부가 되어감을 느낀다.
'주구씨, 그렇게 열심히 하면 지쳐. 오래 못해 이 일.'
소음의 일부로써 화음을 놓고 있노라면 다시금 첫 팀장님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아직도 모른다. 그런 말을 하던 팀장님 조차도 지쳐서 나간 것을 떠올리면 더더욱이 모르겠다. 어쩌면 그때의 그가 자기자신에게 했던 말일수도 있겠다-
눈치껏 설설 쉬며 일하라고 조언을 했던 여러 동료들의 회사생활 또한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고, 그들의 진심 어린(사실 이것도 잘 모르겠다) 조언(뒤에서는 호구라고 나를 칭한 것을 떠올리면 조언의 형태를 한 앞담이었을 수도 있겠다)에도 꿋꿋이 야근을 하고 눈치를 봤던 나의 끝도 그리 좋지 못했으니, 이 문제의 고민에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첫 팀장님의 조언이 클리셰가 되어버린 시점에서
나는 아직도 과거를 헤메이고 있다.
때때로 정말로 나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피하려거든 다시 그 괴괴한 소음의 일부가 되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