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굴레와 계절
마침내, 모든 생장은 물러갔습니다.
연초록의 새순은 더 이상 없더군요.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들에 연초록이 송골송골 매달려있었는데요, 참- 신기합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무섭다-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계절이 저는 참 무서웠습니다. 생장과 번영 따위의 것들이 압축되어 있는 이 계절이요.
나의 고독과 권태의 자리는 사방에서 줄어들었지만, 그 기세만은 점점 집요하고 극렬해졌습니다.
하지만, 기어이 모든 생장이 끝났습니다. 녹음이 찾아온 것이지요.
나는 녹음을 좋아합니다. 생장은 나를 몰아세우고, 휴지休止는 나를 살게 합니다.
득실득실 매달려 있는 그것들로부터 비롯된 짙은 그늘을 사랑하는 아이러니죠.
나를 죽게 하는 퇴행과 생장은 마침내, 나를 살게 하는 휴지를 귀환시킵니다.
이런 역설의 굴레에서 또 한 번의 녹음이 귀환되었습니다.
마침내, 모-든 생장은 끝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