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상처
상처가 있다.
나의 공허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무릎을 꿇고, 그들의 발등에 입을 맞춰야 합니다. 무조건 사랑해야만 하는 그들을, 때때로 견디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예리하고 긴 바늘로 나의 허점을 찌르고 마구 헤집어 놓습니다.
그러곤 한동안 나는 통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상처 없는 모습에, 아무개는 꾀병이라고도 하더군요.
매섭도록 예리한 그 바늘은 자국조차 남기지 않습니다만, 나만은 그 부위를 정확히 집어낼 수 있습니다.
그 부위 아래에는 공허한 상처만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예리한 그것을 그들만은 가지고 있습니다.
스윽-스윽, 모순 아래의 공허가 자라나는 소리가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