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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구 Apr 27. 2023

가족이라는 모순 아래

가족과 상처




상처가 있다.




나의 공허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무릎을 꿇고, 그들의 발등에 입을 맞춰야 합니다. 무조건 사랑해야만 하는 그들을, 때때로 견디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예리하고 긴 바늘로 나의 허점을 찌르고 마구 헤집어 놓습니다.

그러곤 한동안 나는 통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상처 없는 모습에, 아무개는 꾀병이라고도 하더군요.

매섭도록 예리한 그 바늘은 자국조차 남기지 않습니다만, 나만은 그 부위를 정확히 집어낼 수 있습니다.

그 부위 아래에는 공허한 상처만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예리한 그것을 그들만은 가지고 있습니다.




스윽-스윽, 모순 아래의 공허가 자라나는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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