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주구 Mar 22. 2023

살아있어도 모든 것은 죽는다.

에곤실레

살아있어도 모든 것은 죽는다.

이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훌륭한 사람들과, 앞으로 훌륭하게 될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렇지만 나는 나의 훌륭함이 마음에 듭니다.

 

살아있어도 모든 것은 죽는다. 꽃은 피고 있어도 시들고 있다.




'깊은 산골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보낸 이 시간은 이제 다른 시간이 되어 올 것이라 믿게 한다.'

 

'에곤은 자신의 몸을 예술적 도구로서 표현했고, 때로는 혹독한 겨울 속으로, 또는 짙은 여름 속으로, 나무처럼 자유롭게 뻗어 나고 휘어지도록 그렸다. 광적인 몸부림, 몰락 끝의 죽음과 같은 것은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에곤의 근원이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사랑했기에 그의 그림이 생명의 탄생 안에서도 죽음이 스며있고, 죽음 속에서도 앳된 생명의 온기를 느끼게 해 준다.'

 

 {김혜선_에곤실레를 사람 한다면, 한 번쯤은 체스키크룸로프 中}

.

.

.

.

 간만에 속 시원하게 책을 골랐다.

 도서관 입구에 비치된 추천도서들 중 눈에 띈 책이었다. 책 표지에 있는 그림 한 점과 에곤실레라는 이름이 낯이 익었고, 톤다운된 다홍색의 책표지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강렬한 feel이랄까.. 다방면으로 선택장애를 가지고 있던 필자에게는 폭염 속에 시원한 냉보리차를 들이켜는 듯한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다. 일단, feel은 그렇고 책의 머리말부터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긴장을 가진채 책장을 넘겼다. 그러고는 2시간 반이 지나있었다. 오랜만에 읽은 흥미로운 책과 또 그에 집중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순간이라니...... 이건 귀하다 싶었다.

 

 자신 만의 색깔과 자신 만의 몸짓, 표정을 과감하게 그리며, 또 대상을 왜곡하여 표현하는 에곤의 그림이 좋아졌다.

 그의 그림은 말라비틀어진 나무와 나뭇가지 같은 모습과, 저 너머의 죽음을 응시하는 눈동자, 시작에서 끝을 밀어 넣고 또 끝에 시작의 어스름을 깔아 두는 듯했다.

 그림뿐 아니라 그의 생애 또한 인상 싶었다. 물론 정확하게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고 겉핥기식으로 아는 수준이지만 염치 불구하게도 그의 생애가 마음에 든다는 말이다.

 

 에곤은 그 시대에 요구하는 인재상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신예술과 시선을 지켜나갔다. 에곤은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녀의 탄생을 기대하며 본인이 포함된 안정적인 가족상을 그림을 그렸다. 에곤이 자녀 출산의 기대하며 그린 가족 초상화로서, 죽은 아이는 영겁의 시간 동안 태어날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 체스키크룸로프에 가는 날이 올까





에곤 실레를 사랑한다면, 한 번쯤은 체스키크롬루프


매거진의 이전글 무감한 여행의 최후는 무기력한 죽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