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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구 Jun 08. 2023

전직 연구원의 백수일기

현직은 몽상가



'선임연구원 OOO'


여덟 자가 적힌 명함을 던지고 회사를 나왔다.

그러곤 보란 듯이 내로라하는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을 하게 되었다.

가족들의 시선이 미묘하게 바뀐 것을 나는 느낄 수 있다.


'교모문고', '영품문고', '만디앤루니스'의 도서검색대에

자-랑스러운 필명 석자를 치면 내 책이 나온다.


나는 매일 아침,

서점에 가서 내 필명을 쳐본다.






라는 상상을 하며 브런치에 접속했다.


익숙한 기상시간, 익숙한 식단, 익숙한 옷, 익숙한 연락-

매일 같은 하루의 반복으로 날짜 개념이 무감각 해질 참이었는데

노트북 우측하단에 적힌 날짜가 유난히 눈에 띈다.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은행앱을 켠다.

정확히 560,000원을 입력한 뒤,

그리 많지도 않은 0의 개수를 몇 번 더 확인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보낸다.


월세를 보냈다.

잔고를 보니 방광이 파르르 떨린다.

백수는 처음이라 '통장 RED ALERT'의 기점을 어떻게 삼아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는데, 방광의 떨림을 보니 지금부터인가 보다-한다.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답답하다.



회사가 주는 안정감은

그저 손바닥만 한 명함 정도의 크기라며

호기롭게 나왔더랬다.


그리고 그로부터

n개월이 흐른 지금

나는


몽상가 겸

매일 네이버 운세를 확인하는

백수

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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