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은 몽상가
'선임연구원 OOO'
여덟 자가 적힌 명함을 던지고 회사를 나왔다.
그러곤 보란 듯이 내로라하는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을 하게 되었다.
가족들의 시선이 미묘하게 바뀐 것을 나는 느낄 수 있다.
'교모문고', '영품문고', '만디앤루니스'의 도서검색대에
자-랑스러운 필명 석자를 치면 내 책이 나온다.
나는 매일 아침,
서점에 가서 내 필명을 쳐본다.
라는 상상을 하며 브런치에 접속했다.
익숙한 기상시간, 익숙한 식단, 익숙한 옷, 익숙한 연락-
매일 같은 하루의 반복으로 날짜 개념이 무감각 해질 참이었는데
노트북 우측하단에 적힌 날짜가 유난히 눈에 띈다.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은행앱을 켠다.
정확히 560,000원을 입력한 뒤,
그리 많지도 않은 0의 개수를 몇 번 더 확인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보낸다.
월세를 보냈다.
잔고를 보니 방광이 파르르 떨린다.
백수는 처음이라 '통장 RED ALERT'의 기점을 어떻게 삼아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는데, 방광의 떨림을 보니 지금부터인가 보다-한다.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답답하다.
회사가 주는 안정감은
그저 손바닥만 한 명함 정도의 크기라며
호기롭게 나왔더랬다.
그리고 그로부터
n개월이 흐른 지금
나는
몽상가 겸
매일 네이버 운세를 확인하는
백수
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