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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구 May 15. 2023

무엇을 써야 하나.. 무엇.. 뭐.. 뭣이 중헌디..

글감이 없다, 글 쓰기 싫다



 여행기 하나를 연재 종료했다. '완료'라기보다는 '종료'가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이야기는 끝났는데 미련이 남아서 작가의 말을 3개나 발행했다. 분명 충분히 고뇌하고 썼다고 생각했는데, 활자라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니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맘 같아서는 작가의 말을 2개 정도 더 발행하고 싶었지만, 너무 구질구질하다, 고 가까운 편집자(그가 원하던 원치 않던 내가 맘대로 임명했다)가 말했다. 그래서 완료가 아닌 연재 (강제) 종료에 가깝다.

 

 몇 달 넘게 몰입해 있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써보려니 괜히 힘이 들어가는 것도 같다. 그래서 가볍게 써보려고 몇 글자 끄적이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러곤 그 가까운 편집자에게 토로했다.


"나.. 글감을 못 찾겠어. 어쩌지"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글감을 어떻게 찾나 검색해 보는 게 어때?"
"아니... 하.. 그치..."
"?"
"하....."
"아니면, 그림이라도 그려서 그 그림에 대한 설명 딱 3줄 정도 쓰는 게 어때? 그거 좋겠다. 주구 너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그리는 거니까 재밌지 않을까?"
"아... 웅... 그치.... 좋네..."
"?"


 써놓고 보니 미안해진다. 토로가 아닌 찡찡에 가깝다. 이 글을 빌어 그 가까운 '편집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쏘리



 그가 제시한 두 가지 모두 꽤 괜찮은 조언이었다. 해답을 찾았으면 실행을 하면 되는데, 아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 어렴풋이 들었다. 나는 그냥 글을 쓰기가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냥 글을 쓰기 싫다는 이유는 너무 무책임한 듯하여 글감을 찾지 못하겠다는 말 뒤에 숨어있었다.


 정말로 글을 쓰고 싶은데 뭘 써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날도 있긴 했지만, 생각해 보니 오늘 같은 날도 더러 있었던 것 같다. 몇몇 사람들도 오늘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들에게 전한다. 뒤에 숨어도 된다. 다만, 우리 오늘은 그냥 글을 쓰기 싫다고 솔직하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정확히 자각하면 편하게 쉴 수라도 있으니 말이다.


 필자는 사실 꽤 자주 여러 핑계 뒤에 숨는다는 말을 덧붙이며, 그럴 때마다 같이 고민해 줬던 '그' 가까운 편집자에게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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