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하 Feb 20. 2024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할 때

음 저의 하기 싫지만 하고 싶은 건 운전 같아요. 

분명 필요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데,

운전할 때의 긴장감을 생각하면

하고 싶지 않아요..

주로 신랑이 하니깐 굳이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직은 후자가 더 크게 작용하는데

저도 주하님이 스텐팬을 길들였듯

, 운전자의 세계에 다시 발을 들여야겠어요. ^^



'하기 싫지만 하고 싶은 것' 글을 

블로그에 올리자 이웃님이 달아주신 답글이다.


이 댓글을 보자 나의 초보 운전자 시절이 

떠올랐다. 결혼하기 전에 쭉 거주한

서울에 있는 본가는 항상 대중교통이 편했다.

전철역도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고,

버스도 항시 자주 다녀서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경기도 외곽에서 

살게 되면서 전철역이 멀어지고,

버스도 자주 다니지 않는 등 여러모로

운전이 필요해, 운전면허를 따게 되었다.

필기는 한 번에 붙었지만,

도로주행에서 3번째 만에 겨우 합격할 수 있었다.

면허만 따면 바로 운전을 하고 다닐 수 있을지

알았는데 아니었다.

항상 보조석이나 뒷좌석에서 편히 앉아만 있어

몰랐었다.

핸들 조작에, 깜빡이에, 차선 변경에 

가장 어려운 주차까지. 산 넘고 산이었다.



몇 주간 주행 연수를 받고,

드디어 혼자 운전하기 시작한 날이었다.

옆에 남편이 있었을 때는 마음이 놓였는데,

차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커다란 철체를

움직이려니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목표는 차로 5분 거리의 대형 쇼핑몰.

그나마 자주 다녔던 익숙한 거리라 

헤매지는 않았다. 주차도 평일 낮시간이라

빈자리가 많아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했지만)

문제는 차선 변경이었다. 직진은 그런대로

하겠는데 옆차선으로 끼어들 때, 그것도

도로에 차가 많을 때면 식은땀이 났다.

틈이 넉넉지 않을 때 초보는 끼어들어

빵~~~ 하고 경적을 받을 때면 

귀 뒤까지 빨개지며 주눅이 들었다.

매일 쇼핑몰만 갈 수 도 없는 노릇이고,

운전이 하기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집에 와서 축 늘어진 채로 생각에 잠겼다.

'아이 낳기 전에 꼭 면허부터 따둬라!

아이 태어나면 운전 필순데, 태어나고

따려니 너무 힘들더라고!'

더 일찍 결혼해 아이까지 기르고 있는

친구는 몇 번이고 이 말을 강조했다.

애는 한 명은 낳을 거니 친구말을 따르면

면허를 안 딸 수도 없고...

그럼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때 나의 용기 수치는 최대치 100에서 

0을 찍고 지하 마이너스 100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나에게는 용기가 필요했다.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온갖 걱정, 근심의 언어들을

잠재워 줄 주문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의 용기 주문은 태어났다.


시동을 켜고 출발하기 전

운전대를 붙잡고 나의 정신줄을 붙잡기 위해

용기 확언을 내뱉었다.

"빠방아(다소 유치하지만 자동차 호칭이다)~

오늘도 안전하고 무사하게 잘 데려다줘서

고마워. 사랑해.(마음을 담아 이야기 한다) "

"나는 안전하고 온전하고 완전하다.

나는 언제나 건강 하고, 튼튼하고 풍족하다."

의 말들을 혼자 차속에서 차를 향해

나를 향해 전하고 나면,

들쑥 거렸던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더는 불안의 소리들이 떠들지 않고

고요해진다.

빠방이가 오늘 하루를 정말 무사히

데려다준다는 믿음이 생겨,

마음이 편안해져서 운전이 잘 되기 시작했다.

두렵던 차선 변경도, 높은 속도의

고속도로도, 처음 가보는 서울의 복잡한

도로 위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었다.


긍정확언은 여러 책에서 접했던 내용이었다.

긍정의 말을 직접 내뱉으면서 

뇌는 긍정의 말을 받아들이고, 뇌는 다시 

우리 육체에 전달한다. 

처음에는 밑져야 본전이니 해보자. 는 마음으로

긍정확언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말하는 데로 되었던 경우가 내게는 

많이 있었다. 

편입 시험을 준비할 때라든지(6개월 내내 '편입할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한 친구와 나 이렇게 둘이만 편입을 할 수 있었다,

아이 유치원 합격할 때(속초에서는 유치원 들어가기가 엄청 힘들다.

예비번호였고 이미 합격한 친구와 아이가 손을 잡고 유치원버스를

함께 탈거라고. 계속 이야기했고. 입학 이틀 전에 합격 연락이 와서

정말 함께 유치원 버스를 타게되었다)

이 외에도 긍정 확언은 내 삶을 긍정의 길로 이끌어 줬을 뿐 아니라,

마음까지 부정의 면보다는 항시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해 주었다.


운전을 시작한 지 9년 차이고

나는 여전히 운전대를 잡을 때면 

용기 주문을 외운다.

최근 들어 용기 주문이 하나 더 늘었다.

유치원생인 첫째와 아침에 등원길에서다.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걸어가면서

우리는 외친다.(내가 말하면 아이가 따라말한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뭐든 할 수 있다!

나는 건강하고 튼튼하다!

나는 안전하고 온전하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나는 똑똑하고 예쁘다!

나는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친구들은 나를 좋아한다!

나는 신체활동을 잘한다!"


그전에 항시 자신감 없는 말을 할 때면

엄마인 나는 속상했다.

용기 주문을 시작하고 두 달 차가 되었고.

더 이상 아이 입에서 부정의 말들이

사라졌다. '나는 못해... 친구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해... 불 끄면 무서워...'등등


아이는 실제로 자신감 있고,

친구들 관계도 더 활발해지고,

우산을 혼자 펴기 시작했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보다

해보고 싶은 도전을 내비치고 있다.


꼭 아이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크고 작은 용기가

필요한 때는 많이 있다.

이럴 때면 낙담하고 포기하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긍정의 말을

긍정의 확언을

용기의 말을

용기의 주문을 

적어보고,

하나하나 내뱉다 보면

어느덧 잃어버린 긍정을,

잃어버린 용기를 

되찾을 수 있겠다.

나는 오늘도 외친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뭐든 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이 건네는 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