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단순하게 살아야 하는가? 물질에 몸과 마음이 매이지 않아야만, 비로소 인생과 그 본질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것이 아름답다>장석주
3년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읽었던 책,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저자는 출판사를 운영하는 도시의 바쁜 생활을 정리하고 한적한 시골로 이사를 한다. 한옥에 자리한 많은 여백을 자연이 병풍이 되어 집안을 아름답게 채워주고 있다. 이곳에서 십 년 넘게 살아가며 글을 쓰며 소박한 삶을 이어간다. 소유보다 삶의 본질과 의미를 추구하는 그의 간결하고 단순한 삶에서 받았던 깊은 울림이 아직도 마음 한켠에 남아있다.
그 울림은 마음에 작은 돌을 던졌고,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가족은 속초 한적한 시골 바닷가 마을에 지내고 있다. 이곳은 작은 관광도시로 여행객, 관광객들에게는 여건이 좋다.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일반 가족의 터전으로는 직업 선택의 폭도 좁고, 관광업, 서비스업 외의 일자리는 구하기 쉽지 않다.
신랑도 수도권에서 일했던 전기 연구원이라는 직업에서 전기 관리직으로 바꾸면서 연봉이 반토막이 났다.
속초에서 벌써 두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부모 2인, 두 돌 아기 1인, 총 3인 가족이 반토막 난 월급으로 살아온 현실적인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1. 다소 비싼 물가, 늘어난 집 밥
여러 관광도시가 그렇듯 속초 또한 소비자 물가가 비싼 편이다. 많은 업체가 있어 경쟁이 치열한 것이 아니기에 수도권에서의 비용보다 더 비싼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된다. 음식 가게들도 관광객이 많이 찾기에 가격이 싸지가 않다.
월급이 줄어든 대신 매일 같이 6시에 칼퇴근을 하는 신랑, 가족의 여유시간이 늘었기에 자연스레 집 밥을 해먹는 횟수도 늘어났다. 퇴근하고 오면 한 명은 저녁 요리를 하고, 요리를 안 하는 사람이 아이와 함께 놀아준다. 외식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하게 되었다.
경기도에 살 때는 매일같이 잦은 야근으로 육아에 지치고, 일에 지친 우리는 많을 때는 주 2~3회 외식을 했었다. 많이 버는 만큼 부족한 시간을 돈으로 소비했었다.
2. 큰 단점이 장점으로
이곳에 이사 오고 가장 피부에 먼저 와닿았던 것이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의 부재였다. 항상 집 주변에 차로 10분 거리에 있던 건물이 없어지니 그 빈자리가 참 컸었다. 특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어린 아기와의 외출에 편한 장소 제공을 했었던지라 그 아쉬움이 깊었나 보다.
속초 1년살기에서 어느덧 2년 살기로 이어가고 있는 지금, 돌이켜보니 큰 단점이었던 백화점의 부재는 어느덧 장점으로 바뀌어 가고있다.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외식을 하고 쇼핑몰을 걷다 보면 꼭 사려고 갔던 게 아니어도 무언가 두 손 가득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이제는 가끔 외식을 가도 딱 밥만 먹고 와야 하기에 쇼핑을 하는 횟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평소 필요한 물건들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구입하고, 옷을 살 때는 1년에 1~2번 정도 이천 아울렛이나 용인 아울렛을 들린다. 쇼핑장소에 자주 가지를 않으니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3. 줄어든 기름값과 여가비용
수도권에서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여행 한번 다녀오려면 왕복 5~6시간에 기름값도 만만치 않았다. 여행뿐만 아니다. 주말 하루 제대로 보내려면 많은 기회비용이 들어갔었다. 이곳에서는 차로 10여 분만 가면 다양한 색깔의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 장엄한 설악산과 청대산, 청초한 호수들, 조용하고 깔끔한 캠핑장들이 즐비해있다. 대부분 무료 이용이 가능하며 지역주민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도시락 싸가서 가벼운 피크닉을 즐기면 소소한 하루가 천천히 흘러간다.
어린 꼬맹이는 자연에서 뛰어노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자연이 친구이자 장난감이자 자유로운 놀이터로 다가온다. 지출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여가비용이 줄어들면서 생활비에 여유를 더해주었다.
4. 무료로 즐기기
속초로 이사 오고 소유욕과 소비습관이 줄어든 만큼 주변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꼭 돈을 들이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지갑이 얇아지는 것을 방어해 주는 고마운 장소들이다.
속초시립도서관- 어린이 도서관에 영유아실도 잘 돼있어 어린 아기나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시간 보내기 좋다.
속초시립 박물관- 야외, 실내에서 다양하게 속초 역사에 대해 배우며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속초시민은 일요일마다 무료로 이용 가능)
속초 설악 산책- 모두에게 무료 개방되는 복합 문화시설로, 울산바위 전경의 여유로운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 속초시민에게 무료입장되며 케이블카도 비수기에 할인받을 수 있다.
청대산- 조양동에 있으며 무료로 등산과 가벼운 산책을 하기 좋은 곳이다.
프리마켓- 엑스포공원에서 여우 프리마켓과 양양에서 비치 프리마켓이 한 달에 한 번씩 열린다.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물품을 직접 보며 구입할 수 있다.
장난감 나라- 속초시립도서관 안에 장난감 나라 도서관이 있다. 속초시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며, 종류도 다양해서 실증을 잘 내는 장난감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며 활용 가능하다.
5. 미니멀 라이프
결혼하면서 발을 들였던 미니멀 라이프, 5년째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 오면서 소비욕구가 더 줄어서인지 우리 가족의 미니멀라이프는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주기적으로 비우며 나눔을 한다. 부엌 싱크대 위와 화장대위의 물건들을 거의 다 장안에 집어넣어 보관한다. 거실의 팬트리에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한편에 꼬맹이 장난감들을 수납한다. 붙박이장 이불도 비워내고 태어날 둘째 옷장으로 활용한다. 예전 같았으면 꼬맹이 수납장을 세트로 벌써 방에 들이고, 둘째 베이비장도 진작에 구입했을 터이다. 기존에 있는 짐들을 비우고 공간을 활용하니 가구도 안 늘어나고, 집을 더 넓게 쓸 수 있어 좋다.
중고용품 사용과 판매, 나눔을 활용하여 경제적이고 환경보호적인 소비습관을 이어간다.
6. 미래가치에 투자하기
늘어난 일상 시간과 여유 있는 마음으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꿈꾸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독서를 즐겨 하고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아직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지만 한걸음 한걸음 이 길을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꿈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신랑도 지금 일하는 직장에서 보다 안정적인 곳으로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야근으로, 홀로 육아로 지쳐 뻗어있을 시간들이,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기에 이 기회를 활용하여 미래 가치에 투자하고 있다.
7. 만족하는 삶
장석주 시인의 말처럼 물질에 매여있던 마음들이 풀려나고 있어서일까? 이전에는 채워도 채워도 허전했고, 자주 쫓기는듯한 불안한 시간들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찾아온 가장 큰 변화로는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정신없었던 시간들 뒤에 가려있던 삶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과 오롯이 함께 보내는 저녁 있는 하루,
속초 곳곳에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마음을 넓게 품어주는 탁 트인 아름다운 자연,
자연에서 뛰놀며 늘어가는 아이의 웃음소리,
어딜 가도 뻥 뚫리는 도로,
그런 여유가 묻어 나오는 사람들과의 대화.
지갑은 좀 가벼워졌지만, 여유가 늘어난 넉넉한 마음은 작은 것에도 만족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물해 주었다. 그러기에 우리 가족은 전보다 더 풍족하고 부자가 된 기분이다.
속초는 일자리도 적고 한정적이고 임금 또한 수도권보다 적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맞게 충분히 또 살아갈 수 있다고 전하고 싶었어요. 속초로 이사를 원하시며 생각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아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