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좋은 순간

by 주하

월요일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금요일에 2박 3일 동안 고성으로 놀러 온다는 것이다. 2년 만의 상봉이라 주말이 기다려졌다. 근처 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고 집에서 차를 마시고 다시 친구 숙소가 있는 고성에서 노는 일정이었다. 저 멀리서 걸어온다. 분명 2년 만인데 어제 본 것 같은 이 익숙함은 무엇인가. 걸음걸이, 짧은 머리, 하얀 피부, 부드러운 웃음소리, 특유의 억양 모두 그대로다. 살 빼야 된다고 했었는데 날씬함까지 그대로인 K. 간단한 안부를 나누며 6개월, 33개월 꼬맹이들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식사시간.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인식도 없이 사라진다. 빠른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왔다.

수도권에 사는 지인들이 집에 들르면 늘 하는 질문들이 있다. 속초에 사니까 어때? 다시 서울로 안 올 거야?. 1년 살기, 2년 살기, 이곳에서 시간이 늘어갈수록 대답들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처음 1년 살기 때는 속초 좋아. 바다도 가깝고. 자연이 가까워서 좋아. 일단 1년만 살아보려고. 2년 살기 중인 지금은 속초의 한적함이 좋아, 느리게 흐르는 시간이 좋아. 나와 가까워지는 지금이 만족스러워. 이제는 서울 친정에 가면 빨리 속초 집으로 돌아오고 싶더라고.


불과 2년 전만 해도 차로 1시간 내외에 살았던 지인들.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면 우리 앞에 물리적인 거리, 200km가 뚝 하고 떨어진다. 차로 3시간 거리. 3배나 멀리 떨어져 버린 우리 사이. 1년이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이곳에 계속 남겠다는 나의 대답은 멀어진 도로 위 거리만큼이나 허전한 마음을 밀고 온다. 물론 2년 전에도 친구들을 자주 보지는 못했었다. 다들 아이들을 낳고 육아도 하고 일도 하고 일상을 살아가기에도 바빴다.자연스레 만남도 줄어들었다. 1년에 한~두 번 보는 정도였다. 어쩔 때는 거의 못 보기도 했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고 볼 수 있는 거리였다. 갑자기 친구가 보고 싶을 때 하루 전날 약속을 잡고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언제든 보려고 하기만 하면 볼 수 있었기에 자주 보지 않아도 그렇게 섭섭하지 않았다.

속초에 살고 있는 지금 친구들을 본다는 것은 가족끼리 본다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의 스케줄을 다 맞춰봐야 하고 여기에 우리 가족 일정까지 조율해야 한다는 뜻이다. 갑자기 보고 싶다고 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래서일까 2년 만에 만난 친구가 더 반가웠다. 집에서 차를 마시고 고성으로 향했다. 숙소 바로 앞 해변에 그늘막 텐트를 쳤다. 아이들은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수영을 하거나 모래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20년 전 모습이 떠올랐다.



푸른 청춘으로 가득했던 너와 나. 사소한 것에도 자주 웃고 즐거워했던 우리. 마지막 남은 소세지 반찬 하나를 두고 결투를 벌였던 식탐. 5년 후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꽤나 진지했던 대화들. 꿈이라는 단어에 쏟아부었던 열정까지. 친구와의 추억들이 겹쳐졌다. 작지만 사소했던 기쁨들과 슬픔들을 함께 했던 순간들. 그 순간들이 있기에 200km 거리 쯤 뻥 차 버리고, 2년이라는 시간 쯤 덮어버리고, 바로 어제 본 듯 그대로일 수 있나 보다. 친구가 좋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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