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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하 Dec 05. 2023

나는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가?

내가 진짜 바라는 모습


11월 17일부터 2년여간 잠들어있던 인스타를 깨웠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블로그에도 브런치에도 다시 시작한다고 올렸더랬죠. 그리고 3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난주까지 거의 8일 동안을 아팠습니다. 독감도 아닌 일반 감기였는데 낫지가 않더라고요.


인중이 쓰라릴 정도로 콧물이 계속 나오고 기침이 나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거의 매일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올리면서 퍼스널 브랜딩에 고민했습니다. 하루에 2개씩 올리면서요. 분명 책에서 나오는 데로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목 안에 낀 아주 작은 가시처럼 석연치 않은 답답함이 따라다니는 거예요.


답을 알 수 없기에 마음만 자꾸 흐려갔고 그래서 몸도 낫지를 않았나 봐요. 그렇게 이유를 모른 채로 지내다가(그 와중에도 인스타는 올리고 있었어요) 어제 갑자기 목에 낀 작은 가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냄비세트 피드를 올리고 인스트 메인화면을 보았어요. 냄비 옆에 책 사진들이 보이더라고요. 이 이질적인 사진의 단상에서 순간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인가?"

"그 일상을 누리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 가슴이 설레는가?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고, 미치도록 설레고,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가?" 

책 <더 마인드>에서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질문들입니다. 냄비 사진과 책 사진을 보고 위 질문들을 동시에 던져봅니다.


"미니멀라이프의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인가?"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인가?"


이렇게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모습을 각각 상상해 보았습니다. 질문 하나에는 아무 설렘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다른 질문에는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번지더군요.

그렇게 3주간 몸을 혹사시키고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던 겁니다. 진짜 내가 원하는 모습과 원하는 삶이요. 머릿속으로 그렸을 때 하와이 대저택님이 이야기 한 것처럼 미치도록 설레는 진짜 내가 원하는 모습과 삶 말이에요.


그렇게 저는 나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나'와 '글'이 있었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가장 나다워짐을 느낍니다. 가장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좋아하는 글을 마음껏 쓰는 일상을 이어가며 작가가 되는 삶을 바랍니다. 이 모습은 오래전부터 그려온 모습이기에 조금 식상함도 있었습니다. 해서 작가가 제시한 대로 보통의 자신이 정한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그려라! 미치도록 설레도록! 그래야 동기부여가 되고 그 꿈을 지속해서 그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해서 저도 그려보았습니다. 저를 미치도록 설레게 하고,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배시시 새나오는 모습이요. 작가가 되어 매일 즐기면서 글을 쓰고 있고, 전 세계 독자들과 저의 글을 나누고 공유하는 모습이요.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 다니며 호텔에서 멋진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글을 쓰고 있는 일상의 모습이요.







낮에 갈 때는 분명 다른 길이 있겠지 하고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갑니다. 친구와 약속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이미 깜깜한 어둠이 깔려있어요. 태양이 뜬 낮에는 몰랐는데 저녁이 되니 길에 가로등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불빛을 최대로 켜도 바로 코앞만 겨우 빛이 보이고 칠흙 같은 어둠만이 이어집니다. 어둠 속 구불구불 산 비탈길을 내려가다가 차를 세웁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두려움에 흐느낍니다. 대화 도중 차 뒤편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아차 싶어 정신을 차리고 엄마라는 용기를 내어 겨우겨우 산길을 내려옵니다. 시내 길이 다시 보이고 반가운 가로등 불이 거리 위를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 산길을 내려오기 전에는 분명 밤 운전을 무서워했는데 이제는 등불이 되어주는 불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습니다. 더 이상 밤 운전이 두렵지 않습니다. 너무도 수월해집니다다.


며칠 전 친한 동생이 직접 겪은 이야기예요. 이 경험담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글을 읽고 쓰는 삶을 이어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그 길을 걸어올 때마다 동생이 제주도 산길에서 맞닥뜨린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운전하고 있는 기분이 들곤 했어요. 한 치 앞도 모르는 길을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나는 잘 가고 있는가? 내가 가고 있는 이길이 맞는 길일까? 같은 회의감을 수시로 던지면서요.

이번 3주간의 아픈 기간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요. 이제는 그 구불구불 산길을 내려와 가로등이 있는 길 위에 서있는 기분이에요. 책이 나에게 질문을 건네고 내가 나에게 답을 찾는 과정들이 답답한 어둠 속을 밝혀주는 안전장치가 되어주었네요.



2021년 1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오랜 슬럼프를 겪었고, 돌아오면서 프하라는(독일어로 자유라는 뜻을 가진) 닉네임을 사용했고 반짝이는 순간들에서 simple&slowlife로 바꾸었습니다.

4달 정도 시간 동안 블로그 브런치에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일상을 기록했습니다. 8월에 다시 시작하면서 퍼스널 브랜딩을 했고, 결과는 '의도적인 계획적인 글쓰기, 주제가 있는 글쓰기'였습니다. 나만의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따르기 위해서였죠. 저를 돌이켜보니 8년간 미니멀라이프를 해왔더라고요. 해서 콘셉을 '미니멀라이프, 슬로라이프'에 두었고 그 카테고리 안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답답함이 찾아왔던 거예요. 나의 글을  '미니멀라이프'라는 카테고리 안에 갇어버리니 갑갑함을 느끼고 글의 영속성과 동기부여가 따라오지 않더라고요.

결국 저는 4개월간 새로 시도한  '프하의 심플앤 슬로라이프, 프하의 미니멀라이프'라는 퍼스널 브랜딩에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더 오래 이어가지 않고 4달만에 빨리 접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해서 가장 나다워지는 나만의 가치는 무엇일까?


초점을 맞추고 답을 찾아보니, 글쓰는 나 즉 나와 글이 나왔습니다.









글이 붙는 다른 새로운 닉네임도 생각해보았지만, 제 본래의 이름으로 불릴때가 가장 좋더라고요.

가장 나다운거니까요. 해서 프하에서 주하, 원래 이름으로 쓰려합니다.

프로필에 작가라는 정체성도 다시 찾았습니다.

작가로 저만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매일매일 쓰기로 했습니다.

냄비 사진부터 보관으로 돌려야겠네요.ㅎ

이제 진짜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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