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ㅇㅅㅅㅇ Jul 12. 2022

<육아> 바운서로 대체할 수 없는
엄빠품

육아 아이템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들

"여보, 바운서 샀어. 당근에서"

들뜬 목소리로 아내에게 말했다. 밤에 잘 잘 수 있으리라는 기대어린 목소리로 말이다. 

"응. 그래."

아내는 시큰둥하다. 온도차가 크다. 

"왜 무슨 일 있어? 이거면 밤에 잘 수 있어. 이제 새벽에 내가 시아 볼께."

아내의 시큰둥을 외면하며 여전히 들뜬 목소리로 호기롭게 선언했다. 

"그래? 당신이 새벽에 일어나는 거지?"

갑자기 아내가 반응을 보인다. 불안하게 눈이 반짝거린다. 아차싶다. 그때부터 아내는 딴말하기 없다며 바운서에 흥미를 보인다. 

"이게 위 아래로 흔드는 게 아니라 좌우로 흔드는 거야."

불안하지만 설명으로 말을 이어간다. 

"그래? 신기하네. 요즘 육아 아이템이 좋아졌네."

이상하게 아내는 내 말을 잘 받아주고, 계속 확인하기 시작했다.

"새벽에 당신이 시아 분유 먹이는거지?"

난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불안했다. 바운서가 제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랐다. 

"그럼. 바운서에 뉘켜서 잘 재워볼께."


일찍 잠에 들었다. 초저녁 시아와 놀아주고는 금세 잠들었다. 꿈 속에서는 바운서에서 평안하게 잠든 시아를 흐믓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응애!!!"

아내는 내 등을 툭툭쳤다. 마치 이제 니 차례라는 듯이 말이다. 

벌떡 일어나 시아를 안아주었고, 조금 울음이 잦아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분유를 먹이고는 생각했다. 

'이제 바운서에 눕혀볼까?'

꿈처럼 괜찮을 것 같았다. "꺽" 트름소리를 확인한 후 바운서에 눕혔다. 의외로 괜찮았다. 처음에는 말이다.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어주니 살짝 눈을 감기도 했다. 그런데 몸을 비비 틀더니 울기 시작했다. 나는 더 세게 흔들기 시작했다. 속도에 문제이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속도에 비례해 울음 소리는 더 커졌다. 


"여보. 그만하고 애 안아줘."

잠결이지만 분명하고 짜증섞인 어조였다. 아내는 바운서로 택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그러나 나는 바운서를 믿고 싶었다. 적응하는 중이라고, 조금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자기합리화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시아는 더 우렁차게 울었다. 뭐랄까. 바운서에 배신당한 것 같다. 내 믿음과 기대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이 바운서는 다를 것이라는 착각 속에 나는 새벽 육아를 자처한 것이다. 이 얼마나 바보스러운가!


"응애 응애 응애"

소변도, 대변도, 배고파서도 아니었다. 이 울음은 분명 안아달라는 신호였다. 바운서도 나름 편할 수 있지만 더 필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품이다. 엄마, 아빠의 품말이다. 바운서에서 다시 시아를 안았다. 울음이 잦아들었다. 여전히 씩씩거리기는 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이가 바란 것은 바운서의 품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육아, 아이템빨로 대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다 돈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운서는 잠깐 우리 집에 머물다 친구집으로 보내졌다. 재당근하려고 했는데, 친구는 그것이 필요하다 하기에 선듯 보내줬다. 기대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는 잘 맞기를 바랐다. 


"원래 바운서는 위 아래로 흔들리는데, 이거는 좌우로 흔들려서 좋아. 잘 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