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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ㅅㅇ Feb 10. 2016

동생

동생의 빈자리

언제나 익숙한 것에는 의미를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 음악이 나를 반겨준다. 
얼마 전까지는  서태지였는데 이제는 MC스나이퍼로 바뀌었다. 그리 나쁘지 않다. 나도 음악은 장르를 가리지 않으니까...
중요한 것은 나의 숙제이다. 
동생은 내가 집에 가는 밤부터 컴퓨터를 시작한다. 나는 동생에게 나오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그 작업이 동생에게는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기다린다. 샤워도 하고 TV도 본다. 기다림은 나에게 익숙한 것이 되어버렸다. 
동생은 나를 위해 자리를 내어준다. 말이 많은 녀석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내 심정을 잘 헤아리는 편이다. 나는 그런 동생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저려온다. 동생의 어린 시절 상처를 알기에 그런가 보다.
내가 컴퓨터에 앉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동생이 디자인한 것들을 구경하는 일이다. 동생은 디자인을 전공하는 예비 디자이너다. 나는 동생이 자랑스럽다. 나와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생에게 커다란 불만이 없는 편이다. 아무리 컴퓨터를 오래하고 TV 채널을 마음대로 돌려도 라면을 끓일 때 양파를 넣지 않고 계란을 넣어도 화장실에 불을 끄지 않았다며 잔소리를 해도 가끔씩 '형'이라는 호칭 대신 '야'라도 불러도 말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담배였다. 동생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래서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는 기침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러지 말라고 잔소리하지 않았다. 
그런 동생이 군대에 갔다. 나의 삶은 워낙 바빠서 그런지 동생이 없는 자리가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여전히 나의 삶은 바쁨의 연속이었다. 여전히 밤에 집에 들어갔으며 새벽에 집에서 나온다. 
그런데 나는 언젠가부터 이상함을 느꼈다. 무언가 빠진 것 같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변함없이 어두운 밤거리를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내방으로 가서 컴퓨터를 켜고 옷을 갈아입은 후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때 나는 나를 허전하게 한 그것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담배냄새였다. 
갑자기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이 나를 울게 했다. 담배냄새 없는 화장실은 동생의 빈자리를 나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동생의 어린 시절 상처와 청소년 시절 방황과 대학에서 알바를 하며 쉽지 않은 삶을 살아온 동생의 마음이 느껴졌다. 형으로서 참 견디기 쉽지 않은 아픔인 것 같다.


동생이 군대를 가며 했던 말이 머리에 맴돈다.

'형 엄마 잘 부탁해.' 
자식,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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