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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촉감놀이

#2 아빠가 자라는 오늘들 - 30

by ㅇㅅㅅㅇ

시아는 손을 섬세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서 물건을 만져보고 괜찮다 싶으면 손이나 입으로 가져갔다. 사물을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서 집었다. 이런 시아에게 아내와 나는 촉감놀이를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손으로 하는 촉감놀이는 소근육을 발달시켜주고, 뇌 발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책과 장난감으로 촉감놀이를 시도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특별한 촉감놀이 장난감을 준비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것들 중 시아가 신기해할 만한 것으로 촉감놀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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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촉감놀이 '우쿨렐레'


시아가 태어나면서 우쿨렐레를 들려주어서인지 우쿨렐레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우쿨렐레를 만지고 싶어 했다. 우리는 시아에게 촉감놀이 겸 우쿨렐레를 쥐켜주었다. '장시아송'을 연주한 후에 시아가 관심을 보이면 시아 앞에 놔두었다. 시아는 우쿨렐레를 손으로 살짝 만져보더니 자기도 연주해보겠다고 줄을 잡아 뜯었다. 소리가 날 턱이 없다.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제야 줄을 살살 만지기 시작했다. 줄을 튕기며 알 수 없는 옹알이를 했다. 우쿨렐레 바디를 내리치면서 리듬을 타기도 했다. 그리고 줄감개를 만져보기도 했다. 튜닝이 엉망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싫증이 나면 나에게 우쿨렐레를 밀면서 연주해달라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귀여워 다시 '장시아송'을 불러주었다. 시아는 신나서 들썩이고, 손으로 줄을 잡겠다고 난리 쳤다. 노래는 끝까지 부를 수 없었다. 그래도 시아는 다양한 촉감 속에 시간 가는 줄 몰라했다.



두 번째 촉감놀이 '과일'과 '야채'


시아는 과자보다 과일과 야채를 좋아했다. 요즘은 식성이 바뀌어 과자도 먹기 시작했지만 무척이나 과일과 야채를 좋아했다. 야채 중에서는 '오이'를 특히 좋아했다. 오이는 시아에게 수분을 공급해주었고, 치발기로 가려운 이를 글어주었다. 그리고 양배추, 상추, 두부, 당근을 좋아했다. 모두 먹는 것은 아니지만 촉감을 경험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과일 중에서는 '바나나'와 '참외'를 좋아했다. 과일은 시아에게 단맛을 각성시켜주었다. 이유식을 먹을 때와는 달리 숟가락이 오기도 전에 입을 크게 '아'했다. 그리고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과일과 야채를 만져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바나나 속을 손에 들고 먹었다. 참외도 마찬가지였다. 속씨를 발려내고 하얀 부분만 한 손에 먹을 수 있도록 잘라두면 그걸 두 손으로 집어서 먹기도 하고, 던지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촉감놀이였다. 요즘은 포도를 가지고 논다. 동그랗고 잡기 쉬운 과일이라 더 호기심을 보였다. 제철과일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텃밭을 가꾸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 번째 촉감놀이 '미역'


어느 날 냉장고 정리를 하며 다량의 미역이 발견되었다. 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여먹으려 했다. 그때 아내는 미역을 시아 욕조에 넣고 물을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아는 미역 욕조가 신기한 듯 보였다. 그때부터 미역 촉각 놀이가 시작되었다. 처음에 시아는 미끌미끌한 미역이 이상한 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적응한 듯 미역을 휘휘 저으며 놀았다. 나와 아내는 미역을 시아 몸에 붙여주었다. 미역 눈썹도 만들어주고, 옷도 붙여주기도 했다. 그러자 시아는 미역을 던지기도 하고, 내 몸에 붙여주었다. 결국 시아 욕조는 불은 미역으로 가득 찼다. 시아는 조금 지친 듯 안아달라고 보챘다. 이제 즐거운 촉감놀이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우리는 시아를 목욕시켰다. 시아는 곤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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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 손가락으로 만나는 세상


시아가 신기한 물건을 접하면 꼭 검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그리고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손으로 잡는다. 마치 낚아채는 것 같다. 시아는 검지 손가락으로 세상을 노크하는 것 같다. 요즘은 스마트폰 홈버튼을 검지 손가락으로 누르는 취미가 생겼다. 안아주면 검지 손가락으로 내 입과 콧구멍을 탐색한다. 생각해보면 촉감 발달은 놀이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시아가 만나는 세상에서 무엇이든 만져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관심과 인내가 필요할 뿐이다. 물론 위험한 것은 제지를 시켜야겠지만, 시아에게 촉감으로 경험하는 세상이 즐거울 수 있도록, 자유로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할까 봐 미리 걱정하고 제지하지 말아야겠다. 지저분하다고 너무 제지하지 말아야겠다. 내 판단으로 시아의 촉각 경험을 제한하지 말아야겠다. 경험을 제한하기 보다, 다양한 경험을 제안하는 아빠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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