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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빗어주기

#2 아빠가 자라는 오늘들 - 29

by ㅇㅅㅅㅇ

딸을 낳으면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중 하나는 '빗질'이었다. 그래서 가끔씩 시아 머리를 빗어주었다. 목욕을 시키고, 로션을 발라주고, 머리를 말린 다음 시아 머리를 빗어준다. 제법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고 머리를 쓰담 쓰담해준다. 그리고 하루의 일과를 들려준다.

"시아야 오늘 아빠는 회의가 많았어. 오랫동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어. 재미도 있었는데 조금 힘들었어. 그래서 아빠는 시아가 더 보고 싶었어. 시아야 목욕하니까 기분 좋지? 아빠도 시아 머리 빗어줘서 기분 좋아."


시아는 유독 머리에 손대고, 묶고, 액세서리 하는 걸 싫어했다. 손으로 금세 잡아당긴다. 그런데 머리카락 빗어줄 때는 괜찮아한다. 롤빗으로 시아의 옆머리를 말아주기도 하고, 정리 안 된 뒷머리를 가지런하게 하고, 앞머리 가르마를 타주기도 한다. 시아도 좋은지 웃는다. 웃음소리에 나도 연실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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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어주고 싶어


시아는 영아 때부터 머리가 까맣게 자라 있었지만 여전히 묶어주기에는 머리카락 길이가 애매했다. 고무 밴드로 묶어주려니 짧고, 그냥 놔두려니 점점 눈을 찌를 것 같았다. 그래서 늘 어색한 2:8 가르마를 타 주었다. 때론 기분 좋을 때 머리핀을 꼽아주기도 했다. 문제는 계절이었다. 땀이 많은 시아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흥건했다. 그래서 머리카락은 늘 축축했다. 그래서 더 묶어주고 싶었다.

시아 머리카락은 금세 자랐다. 어느샌가 사과머리가 가능해졌다. 윗 머리를 묶어주면 참 귀여웠다. 앞머리에 잔머리는 시아를 더 귀엽게 만들었다. 오늘도 시아는 사과머리다. 그리고 여전히 옆머리는 컬링 되어 있다. 조금 더 머리카락이 자라면 옆머리도 뒷머리와 함께 묶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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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따주고 싶어


시아가 조금 더 자라면 시아 머리카락을 따주고 싶다. 귀엽고 우아하게 말이다. 핀터레스트를 보니 머리카락 따주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손가락이 굵은 편이라 섬세하게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다. 때론 깡총하게 머리를 묶어주고 싶다. 마치 무용수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시아에게 하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소소하고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말이다. 그때는 시아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겠지? 조잘조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겠지? 빨리 시아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그 이야기에 즐겁게 맞장구를 쳐주고 싶다. 그런 소소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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