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빠가 자라는 오늘들 - 28
시아와 공항엘 갔다. 아내를 마중하기 위함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시아에게 공항 이곳저곳을 보여주며 설명해주었다. 시아는 계속 두리번거리며 신기해했다. 그야말로 둘만의 공항 나들이였다. 드디어 아내 출국 시간이 다되었다. D출구로 나올 아내를 상상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3시간 연착, 공항 데이트
계속 기다려도 아내는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비행기 편을 알아보니 연착되어 3시간 후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분명 나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도착 시간을 알아봤을 때는 정시 도착이었다. 잘못 본걸까? 착각했나? 아무튼 연착 사실을 발견하하고 나서 순간 당황했다. 3시간 동안 시아와 공항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황해서는 안 된다. 시아가 보고 있다. 유모차에서 나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유아 휴게실로 향했다. 슬슬 배고플 시간이었다. 공항 유아 휴게실은 깔끔하고 시설도 좋았다. 자리를 잡고 시아에게 최대한 천천히 이유식을 먹였다. 다행히 시아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시아는 떼 부리지 않았다. 그런 시아가 고마웠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져간다. 시아에게 비행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4층 전망대로 향했다. 시아에게 비행기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리고 시아와 함께 했던 제주도 여행, 내가 가보았던 나라들, 시아와 같이 가고 싶은 나라들, 시아가 앞으로 갈 나라들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들려주었다.
공항의 추억
문득 처음 공항에 왔던 기억이 났다. 내가 처음 공항에 간 것은 수학여행이었다. 춘천에서 제주로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 간 것이다. 이색적이었다. 춘천 촌놈에게는 그야말로 문화충격이었다. 그 후 다시 공항을 방문한 것은 20살이었다. 비전트립으로 제주도와 후쿠오카에 갔었다. 그 후 인도, 방콕, 제주도, 후쿠오카, 홍콩, 발리, 푸껫, 미국, 필리핀 등을 가기 위해 공항엘 갔다. 생각해보면 조금 더 어릴 때 이런 경험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아에게는 넓고 큰 세상을 일찍 경험하게 해주어야 겠다 싶었다.
드디어 아내 마중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갔다. 창밖은 어둑해졌고, 아내의 도착시간이 되었다. 다시 D출국장으로 향했다. 시아는 피곤했는지 잠들었다. 도착한 아내를 마중했다. 그리고 늦은 밤 집으로 향했다.
시아에게는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조금 더 큰 안목으로 스스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싶다. 앞으로 소소한 공항 나들이가 계속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