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아가 자라는 오늘들 - 11
시아는 "엄마"를 먼저 말했다. 자세히 들어야 알 수 있었다. 엄마가 없는 틈에 일어난 일이었다. 시아가 처음 "엄마"를 불렀을 때는 엄마의 부재를 인지했을 때였다. "엄마"를 말했다. 아마도 온 힘을 다해 "엄마"라고 말했을 것이다. 엄마가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울었다.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세상 떠나가듯 통곡했다. 그때부터 시아는 "엄마"를 입에 달고 살았다.
'엄마', 애착의 단어
시아에게 '엄마'는 애착의 단어였다. 여전히 시아는 잠에서 일어났을 때, 심통이 났을 때, 엄마와 떨어져 있을 때 '엄마'를 불렀다. 분리의 순간 엄마를 찾았다. 엄마를 찾을 때 엄마를 대체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엄마가 없으면 엄마 사진이나 동영상이라도 보여주어야 했다. 그제야 울음을 그쳤다.
이제 '엄마'라는 말은 시아에게 익숙해졌다. '엄마'는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시아가 엄마를 찾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아를 안고 엄마 곁으로 가는 것밖에 없었다.
"시아야 엄마한테 가자."
금세 시아는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발버둥 치며 엄마에게 향했다. 가끔은 서운하기도 했다. 아빠로서 시아와의 애착관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았다. 아내는 애착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발달 시기의 문제라고 위로했다. 큰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엄마니까.
'아빠', 위기의 단어
시아는 아직 '아빠'가 익숙하지 않다. 시아가 "아빠"라고 말한 건 손에 꼽을 정도다. 처음 시아가 "아빠"를 불렀을 때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지난여름 시아와 가족여행을 떠났다. 시아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비 온 뒤라 파도가 거셌다. 그래도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다. 밀려오는 파도를 발로 느껴보게 하고자 시아를 모래사장에 세우려고 했다. 시아는 그때 바닷물이 닿지 않으려고 바둥거렸다. 그리고 다급하게 불렀다.
"아빠"
"자기 지금 시아가 아빠라고 부른 거 맞지?"
"응 그런 거 같아."
말은 무덤덤하게 했지만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신기하고 기뻤다. 시아가 나를 찾는 것이 신기했고, 스스로 위험을 감지한 순간 나를 불러 주어서 기뻤다. 그러나 그 후 시아에게 "아빠" 소리를 듣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빠'소리 듣기 참 어렵다.
시아에게 '아빠'는 위기의 단어일까? 스스로 위기의 순간 찾은 존재는 '아빠'였다. '엄마'가 아니라 '아빠'였다. 시아에게 '아빠'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위기에서 구해주는 히어로 같은 존재. 마음에 들었다. 세상을 구할 히어로는 아니지만 늘 시아를 지켜주는 시아의 영웅이 되어주고 싶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빠'는 위기보다 일상의 단어로 변해갈 것이다. 시아에게 늘 곁에서 내편이 되어주는 친구 같은 아빠로 말이다. 영웅도 좋지만 난 시아 친구가 더 좋다.
"엄마" 열 번, "아빠" 한 번
시아는 하루에도 수없이 '엄마'를 찾고 부른다. '아빠'는 가뭄에 콩 나듯 하다. 시아에게 '아빠'를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엄마 열 번 부를 때, 그저 한 번 부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로 했다. 말은 자연스럽게 늘 것이기 때문이다. 조급해하거나 속상해하는 것은 성장 리듬에 방해가 될 뿐이었다. 그저 시아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응원하고 축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옹알이를 할 때, 그 작은 소리에도 감사했듯이 말이다.
"시아야 엄마 열 번 부를 때, 아빠도 한번 불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