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 열 번, "아빠" 한 번

#1 시아가 자라는 오늘들 - 11

by ㅇㅅㅅㅇ

시아는 "엄마"를 먼저 말했다. 자세히 들어야 알 수 있었다. 엄마가 없는 틈에 일어난 일이었다. 시아가 처음 "엄마"를 불렀을 때는 엄마의 부재를 인지했을 때였다. "엄마"를 말했다. 아마도 온 힘을 다해 "엄마"라고 말했을 것이다. 엄마가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울었다.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세상 떠나가듯 통곡했다. 그때부터 시아는 "엄마"를 입에 달고 살았다.


SAM_2011.JPG


'엄마', 애착의 단어


시아에게 '엄마'는 애착의 단어였다. 여전히 시아는 잠에서 일어났을 때, 심통이 났을 때, 엄마와 떨어져 있을 때 '엄마'를 불렀다. 분리의 순간 엄마를 찾았다. 엄마를 찾을 때 엄마를 대체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엄마가 없으면 엄마 사진이나 동영상이라도 보여주어야 했다. 그제야 울음을 그쳤다.

이제 '엄마'라는 말은 시아에게 익숙해졌다. '엄마'는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시아가 엄마를 찾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아를 안고 엄마 곁으로 가는 것밖에 없었다.

"시아야 엄마한테 가자."

금세 시아는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발버둥 치며 엄마에게 향했다. 가끔은 서운하기도 했다. 아빠로서 시아와의 애착관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았다. 아내는 애착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발달 시기의 문제라고 위로했다. 큰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엄마니까.



'아빠', 위기의 단어


시아는 아직 '아빠'가 익숙하지 않다. 시아가 "아빠"라고 말한 건 손에 꼽을 정도다. 처음 시아가 "아빠"를 불렀을 때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지난여름 시아와 가족여행을 떠났다. 시아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비 온 뒤라 파도가 거셌다. 그래도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다. 밀려오는 파도를 발로 느껴보게 하고자 시아를 모래사장에 세우려고 했다. 시아는 그때 바닷물이 닿지 않으려고 바둥거렸다. 그리고 다급하게 불렀다.

"아빠"

"자기 지금 시아가 아빠라고 부른 거 맞지?"

"응 그런 거 같아."

말은 무덤덤하게 했지만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신기하고 기뻤다. 시아가 나를 찾는 것이 신기했고, 스스로 위험을 감지한 순간 나를 불러 주어서 기뻤다. 그러나 그 후 시아에게 "아빠" 소리를 듣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빠'소리 듣기 참 어렵다.

시아에게 '아빠'는 위기의 단어일까? 스스로 위기의 순간 찾은 존재는 '아빠'였다. '엄마'가 아니라 '아빠'였다. 시아에게 '아빠'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위기에서 구해주는 히어로 같은 존재. 마음에 들었다. 세상을 구할 히어로는 아니지만 늘 시아를 지켜주는 시아의 영웅이 되어주고 싶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빠'는 위기보다 일상의 단어로 변해갈 것이다. 시아에게 늘 곁에서 내편이 되어주는 친구 같은 아빠로 말이다. 영웅도 좋지만 난 시아 친구가 더 좋다.


SAM_2379.JPG


"엄마" 열 번, "아빠" 한 번


시아는 하루에도 수없이 '엄마'를 찾고 부른다. '아빠'는 가뭄에 콩 나듯 하다. 시아에게 '아빠'를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엄마 열 번 부를 때, 그저 한 번 부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로 했다. 말은 자연스럽게 늘 것이기 때문이다. 조급해하거나 속상해하는 것은 성장 리듬에 방해가 될 뿐이었다. 그저 시아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응원하고 축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옹알이를 할 때, 그 작은 소리에도 감사했듯이 말이다.

"시아야 엄마 열 번 부를 때, 아빠도 한번 불러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