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함께 자라는 오늘들 - 02
민우맘은 전문직 여성이었다. 자신이 닦은 도로와 시공한 건물들이 자랑스러웠고 그 일에 보람을 느꼈다. 또한 민우맘은 여행을 사랑했다. 수많은 여행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해갔다. 일과 여행은 그녀에게 중요했지만 어느 날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빠같이 따뜻하고 자상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결혼 후 아이에 대해 생각은 있었지만 조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신혼의 달콤함 속에서 민우를 임신하게 되었다. 자연스러웠지만 아쉽자고 했다. 신혼 생활이 아쉬웠고 무엇보다 여행이 아쉬웠다.
민우맘은 여행을 사랑했다.
민우맘은 여행을 사랑했다. 그녀에게 여행은 낯선 곳에서 시작하는 특별하고 일상적인 하루였다. 낯선 여행지에서 그녀는 두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여행은 그녀를 빛나게 했다. 그녀는 여행할 때 가장 자기 다움을 느꼈는지 모른다. 아마도 낯선 여행지에서 그녀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며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많은 여행을 떠났다. 그녀는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필리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레이트 연방, 터키, 그리스, 불가리아, 캐나다, 미국, 멕시코, 과테말라, 쿠바, 칠레, 불리비아, 페루를 여행했다. 가장 최근에 떠난 여행은 바로 신혼여행이다. 그녀가 선택한 신혼여행지는 바로 남미였다. 한 달간의 신혼여행은 순간순간이 신나고 행복했다고 했다. 그러나 세상은 넓기에 그녀에게 여전히 여행이 고팠다. 그녀는 결혼 후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했지만 민우 임신 소식을 알게 되었다. 아프리카 여행은 잠시 보류되었다. 대신 특별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민우와 함께 떠나는 낯선 여행을 말이다.
오늘의 육아는 어떠한까?
"아직은 실감 나지 않아요."
민우맘은 출산 후 조리원에서 나와 더 행복한 조리원으로 향했다. 친정은 조리원과 비교할 수 없다. 친정에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친정가족이 없었으면 육아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정에서의 육아는 아직 진정한 육아가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민우도 한몫을 했다. 민우는 순했다. 생각보다 민감하지 않았다. 잘 먹었고, 잘 잤다. 그리고 침대에서 혼자서도 잘 놀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친정에 있을 수 없었다. 민우맘은 이제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될 것이다. 그야말로 '육아 독립'이다.
민우와 마주한 느낌은?
"신비로웠어요."
민우맘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동안 살아왔던 모든 방식들은 민우에게 맞춰져야 했다. 좋아하던 여행도, 사람들과의 만남도 제약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많은 것들이 불편했지만 민우맘은 설레었다. 바로 민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임신과 출산은 신비로운 여행과도 같았다. 민우라는 여행지는 그녀가 여행했던 그 어떤 곳보다 신비로웠다. 민우라서 괜찮았다고 했다. 그녀는 엄마가 되는 과정을 겪는 듯했다. 영락없는 민우맘이다.
딸을 원했다고 들었다. 아들이어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
"아들이어서 마음이 편해요. 몸은 점점 피곤해지지만요."
딸일 거라 단정했었다. 아들일 거라 1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은 빗나갔다. 50%의 확률은 그녀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실망하기도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아들 엄마가 어울리는 상이라는 말이었다. 헛헛했지만 아들 엄마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민우여서 괜찮았다. 한 예로 수면시간은 저녁 10시~11시 사이에 자면 아침 7~8시에 일어났다. 낮잠도 충분히 자고, 잘 먹었다. 그뿐 아니다. 혼자서 1시간 정도는 잘 놀았다. 객관적 봐도 민우는 정말 괜찮은 아이였다. 단,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몸무게'였다. 4개월 차 민우는 벌써 7kg를 육박했다. 벌써부터 안아주기 힘들다고 했다. 엄청난 성장을 엄마의 손목, 팔, 허리가 따라주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럴 것이다. 아들 낳은 엄마의 고충일 것이다.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며 위안했다. 육아 앞에 장사 없었다. 특히 아들 육아 앞에는 더더욱 그랬다.
육아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민우를 위해서는 온 가족이 필요해요.”
민우맘은 육아에 대해 말하면서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아이를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민우를 위해서는 온 가족이 필요했던 것이다. 늘 곁에서 살림과 육아를 보조해주시는 엄마, 퇴근 후 저녁시간에는 누구보다 민우를 안아주시고 몸으로 놀아주시는 아빠, 궂은 심부름을 도맡아 해주는 동생, 그리고 누구보다 민우를 사랑하고 의지가 되어주는 남편이 있기에 오늘의 육아는 할만했다.
이제부터 육아 독립을 시작해야 한다.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믿음직스러웠다. 사실 그 믿음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고 믿든, 할 수 없다고 믿든 스스로의 믿음대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우맘은 민우에게 이렇게 말했다.
"민우야 잘 부탁해."
나에게 육아란?
"육아는 '너'를 위한 여행이에요."
민우맘에게 육아는 민우를 위한 여행이었다. 사실 여행과 육아는 연결하기 쉽지 않은 단어다. 단편적으로 보면 그렇다. 뭐랄까 여행은 즐거워 보이지만 육아는 고되 보인다. 그렇다고 연결될 수 없는 단어는 아니다. 민우맘은 늘 스스로를 위한 여행을 떠났었다. 여행은 그녀를 더 그녀답게 했고, 빛나게 성장시켰다. 여행을 통해 자신의 일에서도 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녀에게 여행은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다르다.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너’를 위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해보지 않았기에 더 낯선 여행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여행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발견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언제까지나 너를 위한 여행은 아닐 것이다. ‘민우를 위한 여행’에서 점점 ‘민우와 함께하는 여행’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민우맘의 '너를 위한 여행'에 공감했다. 나도 그 여행을 떠난 여행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어떤 여행보다 낯선, 그러나 인생을 바꿀만한 육아 여행을 격려하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