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았던 하루

어린 나를 내가 알아보지 못해 미안해

by JuheeSon

니랑 내랑 연애하고 결혼하며 8년을 함께 하면서도, 한 번도 놀이동산을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마치 새롭게 개척해야 할 장소가 생긴 듯했다.

"우리 꼭 가자. 유치하게 머리핀도 꽂고, 풍선도 사고 알았제?"


조용하게 넷플릭스를 즐기거나, 노래 감상을 하거나, 평화롭게 산책 데이트를 즐기는 우리 부부에게 시끌벅적한 놀이동산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정말이지 곤욕스럽게 느껴지는 데이트랄까?

그래도 더 나이 들어 몸에 기운이 빠지기 전에(?) 우리는 도전해보기로 했다.


경주월드로 장소를 정해두고 생각 없이 지내던 어느 날 시간이 한산할 때, 정말이지 문득 우리는 미지의 개척 장소(^,^)로 떠났다.


가난한 우리 부부에게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입장하는 방법은 매우 중요했기에 카드 할인을 뒤져가며 티켓 장소 앞에 서서 1시간을 훌쩍 보냈다. 갑작스레 떠난 터라 꼼꼼한 짝꿍은 급히 할인 가능한 방법을 찾아 카드사에 전화하며 할인 방법을 찾아댔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마음은 '놀이동산 입장'이 중요하지 않았기에 안되면 '그냥 경주 삼릉이나 가보지 뭐' 라며 느긋한 마음으로 멀뚱이 서 있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짝꿍 너무 고생했다 ㅜㅜ미안테이)


"안되면 그냥 다른 곳 가서 시간 보내자. 중요하지 않타."

지쳐가는 마음 숨기며 슬쩍 던지는 내 말에 짝꿍이 말했다.

"아니, 그냥 들어가자. 여기까지 왔는데 또 언제 시간 내서 오겠노."


그렇게 무려 한 시간 반 만에 입성한 놀이동산에서 아무 생각 없던 나는 그만 얼어버렸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동화 속 모습을 띈 건물들 사이로 뛰어가는 아이들 모습과 디즈니에 나올법한 아름다운 노래들에 생각지도 못한 어린 시절 상처가 불쑥 올라온 것이다.

당시 어려웠던 가정형편에 하루 밥 먹기도 힘든 상황에서도 부모님은 어린 삼 남매를 데리고 놀이동산을 갔었더랬다.


당시 3개를 묶어 탈 수 있었던 티켓을 끊었고, 우리 삼 남매는 원치 않는 놀이기구를 타고나서 벤치에 앉아 다른 아이들이 놀던 모습들을 지켜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더 타고 싶은 마음과 돈을 걱정하며 엄마 얼굴을 살피던 모습, 시끌벅적한 음악사이로 사람들의 함성소리를 들으며 멍하게 놀이기구를 구경하던 어린 내 모습이 떠올라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이 울컥해졌다.


짝꿍이 입구 근처 화장실에 간 사이 잠시 마음을 다독였다.

'아이고, 그래서 내가 애니메이션 덕후였구나. 이런 것에 굶주려 있었구나.'이해되면서도 생각지도 못한 감정에 휩싸였다.


나의 경직된 표정을 보며 짝꿍이 물었다.

"별로 안 좋아?"

대답하면 오열할 것만 같아

"아니"

짧게 대답하며 조용히 경치를 볼 수 있는 관람차에 올랐다.


서로 마주 앉은 관람차에서 짝꿍에게 말했다. 사실 이런이런 기억 때문에 너무 당황스럽다고. 여기와서 참 좋다고.

짝꿍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미안해. 내가 이제야 데리고 와서. 그냥 빨리 데리고 들어올걸"


짝꿍의 따뜻한 말과 눈빛에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어버렸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짝꿍의 말에 내 마음속 어린아이의 상처가 눈 녹듯이 스르륵 풀린다.

고마워요 여보.

당신 덕분에 오늘은 정말 동화 같은 하루야.

당신 덕분에

당신 덕분에


#오늘의그림일기 #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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