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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써보기로 했다.

장래희망은 소비 말고 생산도 하고 공유도 하는 사람입니다.

by 주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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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갑자기 3주의 시간(?)이 벙하고 생겼다. 매시간 앞으로의 일과 커리어에 전전긍긍하며 불안을 습관 삼아하는 내게 이는 호사스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도 써본 사람이 잘 쓴다고, 뭐든 해본 사람이 잘한다는 것처럼 이 분에 넘치는 시간을 어쩔 줄 모르고 벌써 1/3의 시간을 훌쩍 증발시켜 버렸다. 이제 2주가 남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시간을 또 흘러보내기 전에 붙잡고 싶어 뭐라도 해보려고 한다.


와중에 지인이 예전에 했던 일을 주기적으로 업로드하는 것과 일간 이슬아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괜히 '나도!'라면서 괜스레 동기부여받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콘텐츠가 많으니, 뭐라도 포스팅하라고, 살고 있는 동네의 표지판이라도 업로드하라고 격려해 주시던 분의 말씀도 생각났다. 그 당시, 이 격려에 7개 정도 포스팅하고서는 소재가 금방 바닥나버렸다. 스레드에는 종종 생각나는 대로 주저리주저리 떠들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글이 짧고 단편적이 되어버린다. 이슬아 작가처럼 멋지고 따뜻한 수려한 글은 쓰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남은 2주 동안 늘어가는 콘텐츠 소비 시간 대신 뭐라도 생산하고 기록해 보기로 하였다. 쓴다고 벼르던 글도, 공부하겠다고 모아둔 리스트도, 하겠다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도 읽겠다고 쌓아둔 글도 산더미이다. 이 산더미들을 재료 삼아 이 참에 뭐라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생산하는 리듬과 일상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이렇게 공표라도 하면 뭐라도 하겠지.


그래서 뭐에 대해서 쓸거야? 일단은 그날그날의 쓰고 싶은 것을 쓰기로 하였다. 지금 현재 가장 적고 싶은 것들을 적어 계획하려고 보니 자꾸 구구절절, 내 이야기가 아닌 듯 딱딱하게 굳어져버린다. 친구의 글쓰기 팁을 따라서,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글이 써질 때는 글이 써지는 대로, 안 써질 때에는 안 써질 대로 그에 대해서 써보기로 하였다. 무엇에 대해서 쓸지를 결정해야 독자가 누구일지도, 글의 방향을 잡아보는데, 이번엔 그냥 적고 나중에 정리하기로 하였다.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일단 마감하고 정리와 편집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기로 한다. 그것이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참으로 무책임한 글쓴이일지라도 (독자가 있을까? 있어도 걱정이고 없어도 걱정이다). 남몰래(?) 꾸고 있던 나의 오랜 꿈인, ‘뉴스레터 발행하기’의 연습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겠다.


알겠는데, 그래서 뭘 기대할 수 있는거야? 제멋대로인, 대책없는 글쓴이이지만, 그래도 뭐라도 지켜지는 약속과 규칙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대략의 규칙을 만들어보았다.

1) 첫 번째 규칙은 주제이다.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교육자이자 런던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로서 글감을 주루룩 적어보니 대략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반복된다. 따라서, 글의 주제는 여기에 어딘가에 걸쳐지지 않을까 싶다.

디자인 배워서 집안일하는 데에 써먹기. (부제 : 집 도서관 만들기)

초보 선생님과 초보 회사원 사이. (부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할 말 많은 디자이너. (부제: 그래서 뭘 디자인한다고요?)

도시 덕후(또다른 장래희망)의 동네 생활. (부제 : 나는 도시가 왜 그렇게 좋을까?)

그 외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일상 (부제: 나오니 보이는 것)

2) 두 번째 규칙은 이미지를 뭐라고 만들고 글을 쓰기로 하였다. 그래야 이미지 보는 재미라도 있지 않을까 싶다.

3) 세 번째는 2025년 2월 17일부터 3월 2일까지 14일 동안 매일 뭐라도 업로드하기.


자 이제 질러놓았으니 행동할 때. 미래의 나, 굳럭.


미래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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