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수업을 하면서 발견한 조직 생활에서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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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회사원 사이 - 1 (부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작은 조직에서 일을 하다가 좀 더 큰 조직으로 옮기게 되었을 때, '너의 리더십을 발휘해 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에 나는 회사에서 의미하는 '리더십'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리더십이 무엇인가 떠올렸을 때, '나를 따르라!'라며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장군의 이미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는 나와는 거리가 있게 느껴졌으며, 내가 발휘하고 싶은 리더십도 아니었다. 회사가 생각하는 리더십이 무엇이냐고 물어도, 시원한 대답을 얻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찾아야만 '그 리더십'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공감 가는, 닮고 싶은 리더의 상을 당장 찾기는 어려웠다. 알쏭달쏭한 리더십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관련 글도 읽고 수업도 듣고 리더십을 키우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코치랑도 이야기했다. 존경하는 예전 상사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중 가장 많은 실마리를 찾았던 것은 내가 해보던 것이었는데, 그것은 대학교에서 강사로서 디자인 수업을 짜고 전달하고 피드백을 주고 평가하는 전체의 과정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현재 내가 생각하는, 추구하는 리더십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의 최고를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공동의 목표를 서로 공감하며 잠재력을 꺼낼 수 있는 신뢰하고 안심할 수 환경이다. 이를 위해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와 피드백을 공유하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기다리기도 하며, 때로는 나의 의견을 직접 제안하기도 한다. 다른 말로는 합의된 목표를 향해 본인의 최고의 잠재력을 꺼낼 수 있도록(하지만, 실수 없는 완벽한 인간이 될 필요는 없는), 불필요한 불안감과 넘겨짚는 피곤한 환경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다음 단계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다. '나를 따르라'라는 장군의 이미지보다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와 더 닮은 것 같다. 이는 디자인 수업을 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디자인을 직접 하는 것은 학생이고, 선생은 옆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며 디자인을 잠재력을 이끌어내며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면에서.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 수업에서의 선생의 역할은 학생이 본인만의 관심과 의도를 찾도록 가이드하는 역할이다. 선생은 학습목표를 이끌어낼 최종 결과물과 그 사이의 중간 점검할 결과물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수업 목표에 맞는 피드백과 관련 자료를 언급하며 학생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도록 돕는다.
이는 조직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본인이 담당한 것을 직접 실행하고, 그 외의 다른 사람의 일에는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발휘하는 역량과도 비슷하다. 이때 좋은 부분, 좀 더 발전할 부분들에 대해 논의하며 의견을 조율하는 것 또한 수업시간에 하는 피드백과도 비슷하다. 서로를 맞춰나가면서 성장하는 느낌에서 재미를 찾으며 각자의 최고를 이끌어내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선생의 역량과 조직에서 발휘하는 리더십 역량은 닮았다.
더하여 수업을 할 때에도 수업 과정과 목표를 학생들에게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 또한 팀원으로서 발휘해야 하는 리더십과도 맞물린다. 작은 조직에서는 많은 일을 혼자해야 했기에 일을 할 때에는 타인을 설득할 필요 없이 감으로 의사결정을 했기에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말로 설득할 일이 비교적 많지 않았다. 하지만, 좀 더 큰 조직에서, 특히 디자이너가 아닌 동료와 일을 할 때에는 왜 이것이 좋은지, 그래서 디자인 과정에서 어떤 의사 결정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재료는 무엇인지, 그리고 의사 결정에 따라서 어떤 영향력이 생기며,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하나하나 단계별로 설명해야 한다. 왜 내 의도를 몰라주냐며 코치에게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코치가 내게 뼈 때리는 말을 하였다. "말해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네 생각을 알기 어려워."
이는 수업에서 선생으로서 학생들에게 어떤 방향으로 어떤 목표로 나아가야 하는지, 왜 어떤 접근법이 더 효과적인지 언어로 구사하고 설명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학생들이 한 수업 평가 중, 본인이 수업에 기대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는 평가가 있었다. 아차 싶었다. 이후로는 첫 번째 수업에서는 기대치를 맞추기 위해 수업의 방향성을 먼저 설명하며 시작하였다. 이후에도 각 주마다의 수업이 디자인을 배우는 데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왜 그러한지를 설명하였다. (학생은 함께 목표를 함께 이루어야 하는 팀원이기도 하다) 그랬더니, 학생들도 내가 수업에서 설명한 것을 스스로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더 나아가 본인의 작업 진행 과정에 왜 그렇게 결정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더라.
강의 시작할 즈음에 강의 나간다는 말에, 아버지는 "너의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기회이구나"라고 하셨다. ’아 그 리더십이 이 리더십이었구나 ‘라고 생각해 보기도. 생각해 보면 리더십은 상하구조보다는 역할로 나뉘는 조직 구조에서, 그리고 기술이 더 발전할수록 점점 더 강조되는 역량이지 않을까.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기회에 더 자세히 적어보겠다.) 다양한 형태의 리더십이 있겠지만, 이것은 리더십에 관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그러하다.
또 다른 리더십은 무엇이 있을까나? 어떤 리더십이 도움이 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