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너, 아마로네 클라시코
나는 와인을 정말 좋아하는 동반자 덕분에 와인에 대해 알아가면서, 살아있는 와인의 성질과 와인이 상징하는 것들(기념일이나 축하할 일, 여유로운 주말과 기분 좋은 저녁 식사), 좋은 음식과 잘 페어링 된 맛있는 와인이 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고, 아는 만큼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와인이 상징하는 것들과, 와인이 주는 찰나의 즐거움이었지 스스로 와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고 와인을 사기 위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한 마디로 소유욕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술이나 술자리를 많이 즐기는 편이 아닐뿐더러 몸이 술을 잘 받는 체질도 아니고, 일정 수준 이상 마시면 몸이 술을 밀어내 입에 대기도 싫기 때문에 과하게 마시는 일도 없다. 남자친구의 끊임없는 와스레이팅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설픈 와인 선호가는 되었을지 몰라도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되기에는 애초에 태생부터 글러먹은 술찌(술+찌질이)인 것이다.
그는 절망하고, 자신을 좋아해 달라는 것보다 어쩌면 더 간절한 마음으로 와인을 구애했지만, 그리고 일정 부분은 성공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는 와인 그 자체보다 '와인과 함께 즐기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와인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찾아보고 그 과정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니 최근에 남자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와인샵에 들렀던 내가 어떤 와인을 검색해 보고, 자세히 알아보고, 집어 들고 계산대로 직행한 것은 우리의 와인 일대기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며 그에게는 모종의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내가 구매한 와인은 ‘아마로네’였다. 이 와인 종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마로네가 나에게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알려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마신 와인은 웬만하면 잊어버린다. 와인샵에서 예쁜 디자인의 와인을 발견해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하면
"우리 저거 마셔봤잖아."
라는 말을 듣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아마로네만은 내 기억에 강렬하게 박혀 있었다. 언젠가 한 번 와인 모임에 따라가서 얻어 마셔 본 적이 있는데, 그 풍부하고 진한 과일향과 와인의 우아함에 황홀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와인샵에서 아마로네를 마주하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욕심이 생겼다. 더 다양한 종류의 아마로네를 맛보고 싶다는 욕심, 이 와인만큼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욕심.
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켜 아마로네에 대해 검색했다. 아마로네는 이탈리아 발폴리첼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포도알을 일정 기간 말려 와인으로 만드는 '아파시멘토' 기법을 활용해 당도와 향을 높인다. 포도는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몇 가지 품종을 배합해 사용하며, 와이너리마다 배합 비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풍부한 과실향과 짙은 색, 우아함을 특징으로 한다. 지난번에 마신 아마로네가 떠오르며 침이 고였다.
'넌 이제 내거다!'
들뜬 발걸음으로 사 온 아마로네는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냉장고에서 숙성되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기억하고, 알아보고, 마시기 위해 기다리는 그 과정이 즐겁다는 것은 이제야 내가 와인을 즐기는 사람으로 거듭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호들갑이다)
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모스카토부터 시작해 화이트와인을 거쳐 레드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맛보며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만나게 되었다. 와인의 세계로 인도하려는 남자친구의 노력을 우스갯소리로 '와스라이팅'이라 일축했지만 실은 그가 와인에 품은 열렬한 사랑 덕분에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그의 노력 덕분에 내 취향을 점점 더 찾아가는 중이다. 이 취향의 탄생에 대해 나보다 더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 온 그에게 이 공로를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