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뉴욕에서 유엔과 국제연구소들이 주최한 자연자본 투자 관련 국제회의에서 부탄의 공무원을 만났다. 이 회의에 부탄 정부가 초청된 이유는, 그들이 1970년대부터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 효과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국가 경제지표로 활용하는 “국민 총 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선진국들이 GDP 순위 120~130위의 히말라야 산자락의 작은 나라에게 한 수 배우려고 한 것이다. 아마 선진국들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 때 우리도 국민소득 만 불 시대를 줄기차게 부르짖던 때가 있었다. 가파른 GDP 상승률은 이제 꺾인 지 오래다. 이제는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혈안이다. 그런데 과연 GDP는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행복한 나라 부탄의 전 세계 GDP 순위 120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GDP와 부(富), GDP와 행복의 상관관계는 무엇일 까.
GDP는 그 나라에서 일어난 소비(C)와 투자(I), 정부지출(G), 순수 출(수출(X)-수입(M))을 더한 개념이다. GDP의 연별 변동추이가 곧 경제성장률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있지만, GDP가 증가하면 보통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들 이야기한다. 선진국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한 예이다.
쿠즈네츠라는 학자의 이론을 본 따 명명된 쿠즈네츠 곡선(Kuznets Curve)은 1인당 GDP가 높아질수록 한 나라의 개발 초기에는 환경이 악화되다가, 일정 시점이 지나면 환경오염이 개선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국가가 경제발전을 하는 초기에는 환경파괴가 진행되다가, 일정 시간, 즉 터닝포인트(turning point)가 지나면 일단 삶의 질이 높아져 환경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환경오염이 개선된다는 이론이다.
즉, 가난한 나라는 어느 정도 발전할 때까지 환경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가, 어느 정도 발전을 하게 되면 쾌적한 공기, 생태계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들을 고려하기 시작한다는 주장이 된다. 서울의 공기가 하노이나 울란바토르의 공기보다 좋고, 스위스의 공원이 중국의 공원보다 더 깨끗한 사실은 이 이론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파괴한 환경을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간의 연구결과는 생태복원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수반함을 뒷받침하고 있다. 게다가 환경파괴는 그 여파가 국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실상 개별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결의 시작점은 관점의 변화다.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지표의 수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현재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측정되는 것이 GDP이다. GDP가 곧 경제성장을 의미하고 있지만, 사실 GDP의 상승이 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을 담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GDP는 자연자본의 가치, 가정 안에서의 화목, 아이들의 건강 등은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기적 GDP가 높다 하더라도, GDP가 측정하지 못하는 자연자본의 고갈, 사회적 안전망의 파괴, 가정의 붕괴 등으로 인해 국가의 장기적인 존속은 오히려 저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GDP는 전통적 의미의 경제성장을 측정할 수 있을 지언 정, 시대의 화두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측정할 수 있는 단일 지표로 쓰이기에는 한계점이 많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측정하면 살아야 하는 것일까.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데, 우리 사회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 것일까. 이 질문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거대한 지표(indicator)의 세계로 들어가는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