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기후변화 협약(UNFCCC) 협상 테이블의 단골 주제가 있다. 바로 선진국과 개도국의 책임 문제다. 지구의 생태계는 하나로 연결된 유기체이기 때문에, 환경변화와 기후변화의 폐해는 국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된다. 특히, 아직 개발이 덜 진행된, 그리고 특히 산림 및 생태계 지역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개발도 상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이 경제성장을 위해 생태계를 훼손하거나 화석연료를 많이 배출한다면, 결국 그 폐해는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되돌아 가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아마존, 인도네시아의 산림이 우리에게도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결과적으로는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에 상륙해 피해를 주고, 전 세계의 기후변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간기 후 변화 패널(IPCC)의 자료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부문은 전력/난방·농업·산림(벌채)·건물·교통·산업 등으로 구분이 되고 있다. 그래서, 유엔 등 국제사회가 개발도상국들에게 환경적, 생태적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형태의 성장모델을 개발도상국에 권고하는 것이다.
1962년 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서 이런 어록을 남겼다.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 가는 그날엔 국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눈앞에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1]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개발도상국들의 고민을 이해한다. 개발을 위해 환경은 항상 뒷전이었다. 그때는 미필적 고의에 해당되지 않을 만큼, 환경이라는 의미를 깊게 인지하지 못했다. 빈곤을 탈출하고, 버젓이 부강한 국가가 되고 싶었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산업화 시대, 개발과정에서의 실책이 이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도 ‘저탄소 녹색성장’이었다. 경제발전과 환경은 이제 양분된 개념이 아니라, 상생의 개념이라는 패러다임을, 시대정신을, 현실에 깊숙이 적용시키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어젠다 세팅의 시기를 넘어, 실행의 시기로 넘어가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을 주창한 리더로서의 모습을 결과로 보여야 한다.
탈원전·2030 재생에너지 비율 20% 등의 목표는 충분한 그 고민의 결과로 읽힌다.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비전있는 목표 설정은 그 자체로 뜻 깊다. 산업계의 반발과 전기료에 대한 걱정은 예상했던 바다. 산림 관리에 대한 문제도 좀 더 수면위로 올려 논의해야 한다. 산림탄소 및 지속가능한 목재 생산 등 잠재력이 있는 분야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을 못받았던 분야다. 우리 자식들이 살아갈 터전이 더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첨예한 경제, 사회적 문제를 헤처 나가려는 의지와 혜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1] 대통령들의 환경 점수, 강찬수의 에코 사이언스, 중앙일보(2017.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