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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혹의 우뇌 Jan 28. 2018

산꼭대기 활주로에 내려봤니?

압도적인 광경이다.


그란 콜롬비아 (Gran Colombia), 더 멀리는 잉카제국의 후손들이 어떻게 도시를 디자인 한 것인지, 산꼭대기를 다듬어서 평평한 활주로가 생겼다. 구름이라도 많이 낀 날이면 어떻게 착륙을 할까.


옆자리에 앉은 동료 카를로스가 농담을 한다. 조종사는 오직 한 가지 옵션 뿐이 없다고. 비상탈출을 할 강도 바다도 없다. 산꼭대기에 활주로가 단 하나! 아비앙카(Avianca) 항공이 콜롬비아 전역에서 2-3명 밖에 안되는 최고의 조종사만 활용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혹자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이라고도 하고, 착륙 후에 승객들이 모두 박수를 치는(!) 유일한 공항이라고도 한다. 격무로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착륙시에는 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손에 땀이 나지 않았다고 부인하지는 않겠다.


파스토 공항의 숨막히는(!)장관.


어렸을 때 산을 오르면 산장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걱정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여기는 모든 사람들이 산에 산다. 아니 그 수준을 넘어서 도로를 내고 건물을 올려 멋진 산악 도시를 만들었다. 콜롬비아 답게 다양한 원색으로 디자인된 그림들이 감각을 자극한다. 우리나라 브랜드의 차도 눈에 들어 온다. 꼬불꼬불 산길을 대체 어떻게 이동했을까. 어떤 인류는 물길을 막아 삶의 터전을 만들었지만, 이들은 산과 함께 살아 간다. 경이로운 인류의 현재 진행형인 흔적이다.


파스토 (Pasto), 나는 해발고도 2,500 미터가 넘는 콜롬비아 나링뇨(Narino) 주의 주도에 와있다. 수도인 보고타와 해발고도는 비슷하지만, 훨씬 고요하고 정감있다. 바삐 보이는 일상이지만, 모두가 모두를 알고 포옹과 악수로 마음을 표시하는 모습이 정겹다. 돌아보니 서울은 참 차갑다. 대가족을 떠나며 우리는 무언가를 잊었다. 물론, 사람보다 일과 효율성을 챙겼기에 우리는 부패를 어느정도 청산하고 지금 이렇게까지 성공했지만 말이다.


사실, 나링뇨 주는 안데스 산맥, 아마존 산림, 초코(Choco) 생물다양성 지대를 아우르는 녹색성장의 전략적 요충지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파스토의 지도상 왼편으로 정글을 낀 해변가에 위치한 투마코(Tumaco)에서 콜롬비아 전역에서 나오는 코카인의 20%가 생산된다는 것이다.


코카인 재배는 콜롬비아 내전 문제와 연관이 되기 때문에, 이 지역은 정부군과 무장게릴라들 사이에 체결된 평화협정 이행의 중요한 전략적 지역이다. 얼마 전 콜롬비아 정부는 경찰병력 9,000명을 투마코에 배치했다. 투입된 병력 숫자 만으로 이 지역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이틀 동안 단 한 명의 아시아인도 만난 적이 없는데, 그래서 정부 관계자들과의 미팅 후 잠시 지역을 둘러볼 때는 조심스럽기까지 했다. 어쨌든 녹색성장 관점에서도 중요한 것은 코카인 재배를 대체할, 그 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갖는 상품을 찾아 내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링요 지역의 건강한 농업과, 나아가 평화협정을 이행해야 하는 콜롬비아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어쨌든 이곳을 가끔 방문하며 일하게 될 예정이다. 복잡한 이슈를 분석하기 전에, 먼저 겸허한 마음으로 산꼭대기 비행장에 익숙해져야 될 것 같긴 하다.


참조 1. 나링뇨 주에서 생산되는 커피가 스타벅스로 납품되고 있고, 그 품질은 커피제국으로 불리는 콜롬비아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다.


참조 2. 한국 관련 검색으로는 2015년 LG CNS가  파스토(Pasto)시 버스관리시스템(Fleet Management System; 이하 ‘FMS’) 사업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부였는데, 이 먼 곳까지 진출한 한국기업의 개척 정신도 알아주긴 해야겠다.(기사)

"Andean ride". 높게 솟은 봉우리 사이를 비행하다 보면 언제 착륙할지 도통 알 수 없다.
파스토의 공항. 비행기 옆으로 솟아오른 산들.
파스토에서 차를 타고 40분여 꼬불꼬불 산길을 달리면 안데스 산맥을 넘어 갑자기 아마존 산림이 나온다. 웅장한 자연 앞에그저 겸허해질 뿐이다.
스타벅스에서 판매되는 콜롬비아 나링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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