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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Dec 21. 2018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네팔병에 걸린 옛 추억 되감기

오늘 이 글을 쓰는 날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 네팔로 여행을 간다. 안나푸르나를 오르기 위해서다. 초보자도 무난히 도전할 수 있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까지 오르는 게 목표이다. 친구들 두 명과 노포터노가이드로 떠나는 등반이다. 포터(Porter)는 등반시 짐을 들어주는 사람이고, 가이드(Guide)는 트래킹 일정을 전체적으로 안내해주는 사람이다. 체력엔 자신이 있어서 선택한 노포터, 노가이드 옵션이다.


나는 여행을 앞두고 여행과 관련된 도서를 읽는 습관이 있다. 여행지에 대해 미리 상상을 하고, 여행지에서의 나의 느낌과 작가의 느낌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읽고서는 여행지의 기대감이 커짐과 동시에 두려움이 생겼다.


사실 어떤 훈련도 하지 않았다. 트래킹을 하지만‘일단 가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우선이었고, ‘다른 사람들도 하는데 뭐’라는 생각이 두 번째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런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여행 에세이의 주인공은 포터와 가이드가 있었고, 여행 전 훈련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어어진 것은 트래킹의 고행이었다. 머리 속의 상상을 글로 풀어내는 전문가인 작가가 직접 경험한 모습을 글로 풀어냈으니, 그 고행은 생생하게 나에게 전달됐다. 이 안나푸르나 트래킹은 대체 얼마나 힘든거지..?


“욕망이라는 엔진이 꺼져버렸다. 이야기 속 세계 나의 세상, 생의 목적지로 돌진하던 싸움꾼이 사라진 것이다”


허망감에 정유정 작가는 안나푸르나로 출발한다. 삶의 엔진의 꺼지는 순간은 무척이다 겁이 난다. 그리고 삶의 엔진이 꺼지고 있는 느낌은 우리 삶에 만연해 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 라면 “꺼져가는 엔진을 꺼뜨리지 않게 노력”하거나, “이미 꺼져버린 엔진을 다시 소생”시키고, 나아가 “엔진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 가며 자신의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다음주부터 시작될 고행의 깊이만큼 나의 엔진이 더욱 튼튼해 질 수 있을까? 네팔을 한 번 다녀온 사람은 고산병보다 더욱 무서운 네팔병에 걸린다고 한다. 네팔병은 한 번 히말라야에 다녀오면 반드시 또 가게 되는 불치병이다. 나 또한 엔진이 꺼지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네팔이 그리워지는 네팔병에 걸리게 될지 궁금하다. 일주일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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