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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Sep 16. 2021

<그리드> 그레천바크

#그리드 #그레천바크 #동아시아 [평점 8.0 / 10.0]


그리드는 전력을 공급/송전/배전하는 네트워크, 유틸리티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원을 일컫는다. 그레천 바크의 그리드에서는 미국의 그리드와 유틸리티의 변화과정을 세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의 변화도 담고 있다. 아주 단순화하여 설명하면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1.

최초의 그리드는 다수의 유틸리티가 경쟁하는 모습이었다. 시스템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각각의 유틸리티가 각자의 기준으로 전기를 생산했다. 송전도 발전도 각자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극도의 비효율을 초래했다. 전압은 110v\에서 2000v까지, 교류와 직류, 직렬구조와 병렬구조가 다양한 조합으로 설치되었다.


2.

시간이 지날수록 표준화된 전력망이 필요해졌다. 점차 유틸리티는 과점화되고 기술은 표준화되어 갔다.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정부도 안전과 효율을 근거로 과점을 인정한 몇 없는 산업으로 변모해갔다. 전기는 많이 생산할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마법과 같은 상품처럼 보였다.


3.

하지만 오일쇼크와 경제위기로 전기의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생산단가의 상승, 독과점으로 인한 방만한 경영 등으로 일부 유틸리티는 파산을 했다. 이로 인해 그리드에 대한 안전성이 줄어들었다. 또한 그리드가 통합되어 있다 보니 유틸리티 한 곳의 피해가 전 그리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한 곳의 전선이 관리가 잘 되지 않은 나무줄기로 합선이 이뤄진 경우, 미국의 많은 곳이 블랙아웃되기도 했다.  


4.

또한 석탄과 석유를 주 발전원으로 삼는 유틸리티들은 환경을 오염시켰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유틸리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발전이 이뤄진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공급이 일정하지 않다. 풍력과 태양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 유틸리티는 수요를 통제하려고 하나 수요자들은 이에 반발한다. 스마트 그리드라는 이름으로 전략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시민들의 반발만 커지고 있다.


5.

다수의 문제들이 불거지며 새로운 형태의 유틸리티와 그리드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다. 환경을 위한 재생에너지, 통합된 그리드의 안전성 제고를 위한 분산화, 그리드 자율화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며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이슈가 되고 있다.


주로 미국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낯선 부분도 있고, 너무 전문적인 설명이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도 제고를 위해 아주 유용한 독서였다. 참고로 이 책의 번역자 중 한 명인 최준영 박사님이 그리드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 영상이 있다. 함께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링크를 추가한다.

(아래 영상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음)


https://www.youtube.com/watch?v=HFSxpLZYsAk


    2015년, 텍사스 지역에 강풍이 몰아치던 9월의 어느 날, 메가와트당 전기 요금이 마이너스 64센트까지 떨어졌다.026 전력 회사가 전력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모든 것이 조금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전기는 바나나와는 전혀 다르다. 전기는 상자에 넣어둘 수도, 저장할 수도, 수출할 수도 없다. 이 제품은 사용자가 공급원에서 1,000킬로미터 떨어져 있더라도 언제나 만들어지는 순간 사용되며, 만들어지는 즉시 배송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1,000분의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가변성 발전과 분산성 발전의 혁명 그 시작점에 와 있다. 전기는 이제 어디서나 만들어지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양이 그 유형과 규모도 다양해 통제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려운 발전기에서 생산되고 있다.


                  전기가 무엇인지 그 실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전기를 생산하고 전송하는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다른 동력과 달리 이 동력은 멀리 떨어진 지점에 전력 생산과 동시에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전력을 ‘여기에서’ 만들어 사실상 같은 시간에 ‘저기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직렬회로(왼쪽)는 단 하나의 전구라도 망가지거나 꺼지면 회로상의 경로를 따라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이 경우, 회로에 연결된 다른 모든 것들도 필연적으로 꺼진다. 반면 병렬회로(오른쪽)에서는 전구가 하나 망가지거나 다른 요소 때문에 회로가 차단되어도 회로 전체로 보면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에는 차이가 없다. 다른 장치들은 얼마든지 마음대로 켜고 끌 수 있다.


                  전압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확한 방법은 ‘욕망’이라는 극도로 의인화된 개념이다. 전자기 발전기는 원자에서 전자를 인위적으로 분리하고, 이렇게 분리된 전자는 다시 원자에 결합해 온전한 원자를 다시 이루게 되기를 ‘희망’한다.


                  우선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로부터, 이 원자에 붙어 있어서 행복한 전자를 강제로 떼어내어 원자가 양전하를 띠게 만든다(발전). 그리고 전자가 떨어져 나가 양전하를 띠게 된 원자와 음전하를 띤 전자가 다시 재결합할 수 있는 경로(전선)를 제공하는데, 이것이 바로 그리드의 역할이다. 전자는 전선을 따라 이동하며, 우리가 그 길을 따라 설치한 (백열전구를 포함한) 모든 것을 통과한다. 그리고 전자들은 이 경로들을 지나면서 저항에 부딪힌다. 전구의 필라멘트는 장치 안팎으로 이어져 있는 도선보다 전도성이 낮다. 따라서 전위차(전자가 재결합하도록 작용하는 힘 또는 전압) 일부는 이 저항성 물질을 거치며 소모된다.


                  모두를 위한 표준화된 전력은 오늘날의 미국을 건설하는 데 근본적인 역할을 한, 20세기를 관통하는 가치다. 그러나 21세기에 사설 발전소가 다시 유행하게 되면서, 우리는 거대 발전소가 지배하던 그리드에 무수히 많은 소규모 발전소를 통합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리고 양질의 전기를 모든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과제를 다시 짊어지게 되었다.


                  교류가 발전기에서 낮은 전압으로 생산되었다고 해도, 변압기(촘촘하게 감겨 있으나 서로 닿아 있지 않은 2개의 구리 도선 뭉치로 이뤄진 간단한 장치)를 통해 훨씬 더 높은 전압으로 ‘승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류는 직류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전선, 전류, 전압, 주파수의 교란을 줄이는 데 용이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직류와 다르게 교류는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


                  네 가지 전류(직류, 단상 교류, 2상 교류, 다상 교류)와 두 가지 조명 시스템(아크등, 백열등)이 서로 구분되는 배선 방식(직렬, 병렬), 일곱 가지 전압, 아홉 가지 주파수, 최대 40개에 달하는 전기회사(시장 규모에 따라 그 값은 달라졌다)에 기반을 두고 가동되었다.


                  나이아가라폴스의 수력발전소는 그에 앞서 17년 동안 이어졌던 한 시대의 끝을, 말하자면 흥분으로 가득 차고 혼란스러웠지만 놀라울 만큼 창조적이었던 한 시대의 끝을 알리는 조종과도 같은 셈이다. 17년간, 1879년 샌프란시스코 최초의 아크등, 1882년 뉴욕 최초의 저전압 직류 그리드, 1887년 최초의 교류 그리드, 1891년 장거리 고전압 송전망의 가동 그리고 1896년 나이아가라폴스에 건설된 최초의 대형 발전소의 완공 등 수많은 일이 벌어졌다. 특히 나이아가라폴스 발전소는 장거리 송전선의 상시 운전, 병렬회로나 백열등, 다상 교류 전기의 전면적 적용이라는 기술적 과업을 해결하면서 건설되었다. 이러한 과정 끝에, 미국은 전 국토를 포괄하는 그리드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가 보유한 그리드, 즉 1880년대의 혼돈을 해소하고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된 그리드는 나이아가라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있었던 수많은 결정에 기반하고 있다. 다상 교류 방식을 활용하는 한편, 주파수는 60헤르츠로 맞추고 이러한 전력을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해 고압 선로를 통해 장거리 송전을 수행한 다음, 송전망에서 쓰이는 것보다 전압을 낮춰 배전한다. 이때 전기의 전압 역시 110볼트와 220볼트로 표준화되어 배전된다.


                  전기사업을 독점 형태로 구축하고 시장을 완전히 통제할 수도 있지만, 정말로 이렇게 하려면 먼저 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는지 이해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2021.08.30.            


                  인설의 유명한 발언은 바로 이 문제에서 나온 것이었다. “당신의 발전기가 전체 시간 중 5.5%만 사용된다면, 당신 회사가 남의 손에 넘어가는 일은 단지 시간문제다.”131 인설에게는 전기를 하루 종일 파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회사는 파산할 것이다.


                  2015년, 지금도 야간의 부하 감소는 전력 회사에게는 골칫거리다. 거리의 가로등을 감안한다 해도,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 때부터 그들이 다시 일어나는 새벽 6시 무렵까지 전기 사용량은 급격히 감소한다. 오늘날 전기자동차가 폭넓게 환호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심야에만 충전하도록 설정될 수 있는 (상당히 큰 야간 부하를 전력망에 가하는) 희귀종이기 때문이다.


                  그는 야간 전기 사용에 보상을 주는 요금 제도를 도입했고, 가정용 냉장고와 온수기같이 1970년대 보존 운동이 부상하기 전까지는(그리고 에어컨의 경우에는 여전히 전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엄청난 양의 전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던 전자 기기들을 아주 열광적으로 보급했다는 점에서, 전기의 대량 소비를 촉진했다. 지금과 같은 전기 시대를 여는 데 인설의 공로가 크다.


                  첫 번째 논거는, 사업자는 전기 요금이 낮을수록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벌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전기 판매량과 무관하게 비용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이었다.          2021.08.30.            


                  유틸리티가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주 정부와 연방 정부는 다른 전력 회사가 사업 허가권을 얻을 수 없는 서비스 지역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독점’이라는 용어는 전력 프로젝트에서는 매우 독특한 의미를 가진다. 시장이 일정한 경계선을 따라 나뉘어 있기 때문에, 기업 수가 많아도 실제로 경쟁은 없었다. 경계선 각각은 주로 그것을 위해 고안된 정치 기구가 결정했다. 이러한 점에서, 유틸리티는 거리를 지배하는 갱단과 비슷하다고 할 만하다.


                  1970년대의 석유 무기화에 따라,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연료 가격이 폭등했고 이와 더불어 발전소 건설 비용 또한 증가했다(대부분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요인 때문이었다). 이는 1970년대가 1900년 이후 최초로 전기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상승한 시대라는 뜻이다.


                  인설이 수립한 전력 생산의 ‘경제법칙(즉 전기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전기 생산 비용 또한 항상 떨어진다. 반면 발전기 효율은 계속 향상되며, 전기 소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            


                  결코 중요도가 낮지 않은 사실을 마지막으로 지적하자면, 요금제는 사용자가 어디에 살든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더 적게 돈을 내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1970년대 이후, 전기 문화뿐만 아니라 산업도 서서히 변해갔지만, 인설의 시대에 정립된 일종의 규칙(우리는 하나의 공급자로부터,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기를 사들이고 있다. 그리고 유틸리티는 대부분의 시간에 이 가격을 고정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은 오늘날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1970년대 후반에 이르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자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가 중요했다. 스모그, 산업 폐기물로 오염된 호수, 탈황 경유 그리고 전쟁을 만들어낸 시스템은 점점 더 강고해졌고, 그 일부분은 변화가 어려울 정도로 경직되어 버렸다.


                  PURPA 210조가 입법되어 법률로 제정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조항이 어느 누구에게도 그리 중요한 문제로 간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유틸리티의 독점적 지위를 전혀 훼손하지 않았으며, 단지 20세기의 첫 10년 동안 전개된 역사적 우연 때문에 이 사업자들의 권리를 개혁하는 데 그쳤다. 다시 말해, 이 조항은 유틸리티들이 전력 판매자(배전 부문)로서 통제할 권리를 박탈하지는 않았으나, 전력 구매자(발전 부문)로서 통제할 권리를 박탈했다.


                  유틸리티들은 전력망을 관리했고, 전력을 생산했으며, 송전망을 소유했고, 전력 배전망을 운영했으며, 그래서 돈을 긁어모았다. 또한 이들은 전기를 판매하려는 다른 사업자들에게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규제되었다. 법률은 (송배전 면허를 발부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전력 생산자들이 송배전망을 건설해 기존 사업자들과 경쟁하는 것을 금지했다.


                  1980년대 초반 PURPA가 안정화되자, 열병합발전소의 전력 공급 비중은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2015년, 미국에서는 3,600개가 넘는 공장들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산업 공정의 부산물로 얻은 전력을 공급하고 있고, 이 공장들은 미국 내 전력 공급량의 12%를 차지한다.169 미국 에너지부는, 계획에 따르면, 이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상승시키고자 한다.


                  PURPA는 동시에 대안적인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자신이 생산한 전력을 자신의 지역에서 전력망을 운영하는 유틸리티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적으로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었다.170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설비용량이 80메가와트 미만이었으며, (전력 사업자들의 회피 비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한) 전력 시장에 참여해 자신들이 생산한 전력을 공정한 가격에 판매할 권리를 열병합발전소와 동등하게 부여받았다.


                  이러한 중앙 집중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기계적인 조직 일정을 실행하던 유틸리티가 이제는 실시간 유연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체질을 바꿔야만 했다.


                  PURPA는 전력을 어떻게 하면 그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꿨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발전과 관련해 선의의 경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했다. 소규모 전력 사업자들의 입찰 과정은 새로운 형태의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망에 연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었다.


                  PURPA는 더 큰 것이 결코 더 좋은 것은 아니며, 또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데다 수직적으로 통합되어 정부가 규제하는 거대 유틸리티가 미국의 전력 생산 및 관리에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작은 것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며, 게다가 비용 면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전력 생산에 대한 투자에 25%의 세금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연방 정부의 조치는 투자자들을 전력 산업으로 끌어들이는 데 매우 매혹적인 요소였다.178 그런데 캐시먼은 이 값을 2배로 끌어올렸다. 다시 말해, 재생 에너지 인프라(태양광발전소와 풍력발전소를 뜻하지만, 여기에는 태양열 온수기나 다른 종류의 재생에너지 활용 방법도 포함된다)에 투자된 어떠한 자금이든, 캘리포니아에서는 거의 50%에 가까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제도적 환경의 결과 가운데 하나는 PURPA가 전체 전력 시스템에 부담 지우는 액수가 수십 년 넘게 커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유틸리티들이 전력 산업을 완전히 개혁하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또한 미국의 그리드를 다시 구상하고 건설하는 과업을 수행하는 데 방해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몇몇 유틸리티들은 알고 있지만 전력 소비자들 대다수(여기에는 상원 의원들도 포함된다)가 아직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오늘날의 미국에서, 2003년(그리고 1994년)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지탱하는 전력 인프라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이 식물의 잎이라는 점이다. 칡 같은 넝쿨식물도 설비를 타고 기어오르며 문제를 일으키지만,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나무들이다.          2021.09.06.            


                  하나의 송전선과 한 그루의 나무가 3개의 송전선과 3개의 나무에, 이어서 15개의 송전선로에 과부하가 걸리게 만들었으며, 이것들은 자동적으로 가동이 중단되었다. 순전히 설비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가동 중단 사태는 거대한 골과 마루로 이뤄진 전압 파도를 오하이오와 미시간에 형성했고, 이 파도는 주 경계를 넘어 동부 해안까지 퍼져나갔다. 발전소, 변전소, 고전압 송전선, 저전압 송배전선에 이르는 모든 설비들이 가동을 멈췄다. 이 모든 것은 총 6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 매출 감소로, 그리고 블랙아웃 당시에 잉태되어 9개월 뒤에 태어난 아이들의 증가로 이어졌다.


                  전력 산업과 같이 복잡한 산업에서, 완전한 정보에 기반한 완벽한 통제라는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목표를 지향하기보다는, 심각한 재난을 회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른 형태의 모델을 지향하는 시도가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다. 이는 그리드에 대해서도 올바른 접근 방법처럼 보인다.


                  2000년 5월, 전력 회사들에게 전력을 자회사에서 생산한 다음 이를 판매하지 말고 전력을 시장에 내놓아 “수송”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지 단 두 달 만에, 동부 해안 지역의 그리드에서 발령된 송전 부하 경감 조치Transmission Loading Relief Procedures의 횟수는 6회에 도달했다. 이는 1999년의 총 발령 횟수와 같다. 이러한 요청은 특정 선구에 걸린 부하를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그리드가 얼마나 큰 스트레스 아래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다.


                  이런 고장들은 그리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전력이 너무 멀리까지 수송되어서 빈발한 것이다. 전력 생산과 송전이 더 좁은 구역 안에서 이뤄질 때는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움직였던 그리드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과거에 유틸리티들은 사람들이 전기를 쓸 때 돈을 벌었다. 더 많은 전기를 만들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의 유틸리티들은 전력을 수송함으로써, 그리고 이를 상품으로 거래함으로써 돈을 번다. 이들은 여전히 미국의 전력 공급을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나, 이들은 가장 비싼 돈을 주고 전기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든 그들에게 전기를 판매하는 데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


                  2003년 블랙아웃 이후 약 10년 동안, 장거리 송전선의 유지 보수와 신규 건설에는 돈이 거의 유입되지 않았다. 전력 산업이 인구 증가, 정보 통신 기술의 혁명과 함께 찾아온 플러그인 기기 수의 팽창, 그리고 에어컨에 대한 우리의 탐욕처럼 쉽게 예측할 수 있었던 미래에 대해서도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처럼, 미국의 송전망이 장거리 송전 수요의 증가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전기자동차의 급증으로 인한 수요 변화에도 전력 산업은 거의 대비하고 있지 않다.


                  스마트미터를 사용하면, 이때 늘어나는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물릴 수 있다. 그 결과, 유틸리티는 피크 수요를 자신들과 그리드가 대응해야 하는 위기의 순간이 아니라 수익이 집중되는 순간으로 바뀐다.


                  계절에 알맞은 니트를 입은 중산층 중년들이 모인 이유는, 사실 ‘대폭풍’으로 무너진 것들을 복구해 나간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들이 공유하고 싶었던 것은, 유틸리티가 공급하는 전기에 의존하지 않고도 계속해서 물질적인 삶을 유지했던 경험이었다.


                  폭풍의 여파 속에서 우리는 재난이 지나간 다음 우리가 보유한 인프라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이렇게 형성된 새로운 생각에 따르면, 강풍에 노출되는 인프라가 휘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나을 것이고, 그럴 수 없을 경우 문제의 인프라가 부러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겠지만 신속하게 복구가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그리드는 단순히 1만 개의 마이크로그리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을 넘어선다. 마이크로그리드가 대체로 상호 운용 가능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작동된다면, 최종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들은 우리가 이미 사용 중인 그리드와 구별되기 어려울 것이다. ‘회복력’이 가져다주는 차이는, 큰 그리드를 통해 조명을 켤 수도, 펌프나 모터를 쓸 수도 없는 위기 상황에서 마이크로그리드가 큰 그리드와 독립적으로 운용될 때 비로소 명확해질 것이다.


                  마이크로그리드가 ‘수요 측면’(이른바 통제 가능하거나 벗어던질 수 있는 부하)에서 그리드에 걸리는 부하를 통제할 뿐만 아니라 거대한 배터리 저장고를 마련해 두도록 만드는 동기로 작용한다.279 여기서 부하를 통제한다는 말은 곧 마이크로그리드의 운영자에게 에어컨이나 의류 건조기와 같은 불필요한 전력 소모 장치를 원격으로 차단할 수 있는 권한과 힘이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두 가지 방향에서 대단히 취약한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에 유연성을 더한다는 뜻이다. 지금보다 더 탄력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전기 인프라를 얻고자 한다면, 그리드는 지금보다 더 작아져야 하고, 상호 간 연결은 더 견고해져야 하며, 연료 공급원은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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