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이 궁금해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페이지수가 많지 않아 호기롭게 도전했으나, 페이지수와 책의 난이도는 반비례했습니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양자역학과 관련된 다른 자료들을 더 찾아봤던 것 같네요. 저와 같이 양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던 분들이라면 한 번에 책의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꾸역꾸역 공부하면서 읽고 나니 기초 중에 기초는 공부하게 된 것 같아 나름 뿌듯한 독서였습니다.
우선 이 책에서 다루는 양자컴퓨터를 이해해야 합니다. 양자컴퓨터란 양자역학의 법칙을 활용하여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진 미래 컴퓨터입니다. 가장 중요한 양자역학의 개념 두 가지는 양자 중첩(Superposition)과 양자 얽힘(Entanglement)입니다. 이런 두 개념을 이용해 다른 장소로 양자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을 양자 텔레포테이션이라고 하는데 양자컴퓨터 통신기술의 핵심입니다. 또한 어떤 양자를 이용할지는 아직 개발 중인데, 그 후보로는 초전도 물질, 극저온 원자, 이온, 빛(광자) 등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광자를 이용한 양자컴퓨터 연구 개발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렵죠. 제가 이해한 바를 천천히 설명해보겠습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제가 이해한 바를 기록하는 목적이 크니 혹시 읽어보실 분들은 참고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양자와 양자역학
양자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분자, 원자, 전자, 소립자 등의 미시적 형태의 존재들이고, 이런 양자의 움직임을 연구한 과학이 양자역학입니다. 우리가 살고 보고 느끼고 있는 세상이 아닌 더 작은 세상인 거죠. 이 점을 받아들여야 양자역학을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반면 우리가 살고 보고 느끼고 있는 세상은 거시 세계입니다. 고전역학은 이런 거시 세계의 움직임을 연구한 과학이고요. 상식이라 생각되는 물리법칙은 대부분 고전역학의 범주 내에 있습니다. 중력 때문에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와 같은 법칙들입니다.
하지만 미시세계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거시 세계에서 보고 느낀 것들에 반하는 현상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거시 세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이 미시세계이다”를 받아들여야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2. 양자 중첩
양자를 관측하던 과거의 과학자들은 이상한 현상을 발견합니다. 현실에서는 입자이면서 파동인 형태를 관측할 수 없지만, 양자의 미시세계에서는 반대되는 두 현상이 관측됩니다. 어떤 실험 결과로는 양자는 입자이며, 또 다른 시험 결과로는 파동임이 관측됩니다.
이중스롯시험 그림 : http://cs-exhibitions.uni-klu.ac.at/index.php?id=254
양자를 관측하면 점으로 보이는 입자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입자라고 생각하여 이중 슬롯에 양자를 쏘고, 그 건너편의 결과를 관측하면 입자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파동의 결과가 보이게 됩니다. 이런 식의 실험 결과가 1900년대 중반에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 결과 코펜하겐 학파에서 처음으로 양자는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결과를 발표하게 됩니다. 즉, 양자는 입자이며 파동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쉬운 예를 들어 내가 A와 B를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 : 나는 사무실에서 양자 중첩을 검색할 수 있다 B : 나는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시켜 먹을 수 있다.
현실에서의 나는 A와 B가 동시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시세계에서는 가능합니다. 미시세계의 나는 사무실에서 양자 중첩을 검색하는 동시에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시켜 먹을 수 있습니다. 중첩 상태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3. 슈뢰딩거의 고양이
위의 양자 중첩을 이해하지 못한 슈뢰딩거는 1935년에 고양이를 예로든 사고 실험을 합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시험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고양이를 뚜껑이 있는 상자 속에 가둬놓는다. 그리고 방사선검출장치가 작동하면 독가스가 발생하는 장치와 방사성물질을 이 상자에 넣는다. 이 방사성물질은 정해진 시간 내에 한 번, 50퍼센트의 확률로 붕괴하여 방사선을 방출한다. 방사선이 나오면 스위치가 들어가 독가스가 나오기 때문에 고양이는 죽는다. 방사선이 나오지 않는다면 독가스는 방출되지 않기 때문에 고양이는 산다. 상자를 열 때까지, 고양이가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정해진 시간이 지난 후, 이 고양이는 50퍼센트는 살아 있고 50퍼센트는 죽어 있는 중첩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거시적 세계에서는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는’ 상태는 있을 리가 없기에, 고양이의 생사는 상자를 열기 전에 이미 정해져 있어야 한다.
양자 중첩을 주장한 코펜하겐 학파가 슈뢰딩거의 사고 실험을 듣고, 오히려 양자 중첩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합니다. 그 이후 아이러니하게 양자 중첩을 비판하기 위한 사고 실험이 양자 중첩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4. 양자 얽힘
양자 중첩과 유사하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또 다른 현상은 양자 얽힘입니다. 둘 이상의 양가자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관관계를 가지며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성질입니다. 쪼개진 입자가 물리적인 거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계를 이루고, 한쪽의 양자 상태를 바꾸면 다른 쪽의 양자가 우주 반대편에 있다 하더라도 그 상태가 동시에 변화하는 현상인 거죠.
이해가 잘 되지 않죠. 괜찮습니다. 아인슈타인도 이 상태를 귀신같은 현상(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 비판하며 죽을 때까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5. 양자 텔레포테이션
양자 얽힘과 양자 중첩을 이용하면 양자 텔레포테이션이 가능합니다. 양자는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아무리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연결되어 있어 영향을 끼칩니다. A가 한국에 있고 B가 미국에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A와 B는 연결되어 있으며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가 1로 결정되면 B는 자동으로 0이 되고, A가 0으로 결정되면 B는 자동으로 1로 결정됩니다. A를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다면, 원거리의 B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양자가 순간 이동하는 효과를 갖게 됩니다. 이 개념이 양자 텔레포테이션입니다.
6. 양자컴퓨터의 본질
위의 개념을 이용해 양자컴퓨터를 이해해봅시다. 일반적인 컴퓨터는 0 또는 1의 비트를 가진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는 0 또는 1을 동시에 가진 큐비트로 구성됩니다. 양자 중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여러 개의 비트를 동시에 점유하면서 효율적인 계산이 가능하게 됩니다.
또한 멀리 떨어진 양자에도 영향을 주며 순간이동이 가능해 데이터 전송의 속도도 획기적으로 빨라지게 됩니다. 양자 얽힘의 속성 때문입니다. 그 결과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컴퓨터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게 됩니다. 또한 매우 작은 에너지로 계산 처리를 할 수 있게 되어 이론상으로는 열 배출량을 영으로 만들 수도 있게 됩니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까지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실제로 기술적인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개발 사례도 존재하는 실존하는 컴뷰터 입니다. 이는양자의 세계는 실존함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양자의 성질을 실험으로 구현할 수 있고, 컴퓨터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상식에 반하지만 양자역학은 사실인 거죠.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닌 물리학이라니, 정말 신기한 과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