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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Aug 23. 2022

<글록> 폴 배럿

미국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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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록은 오스트리아의 권총 제작 업체입니다. 창업자인 '가스통 글록'은 1984년 글록 17을 제작했습니다. 기존의 총기보다 개선된 성능과 뛰어난 마케팅 능력으로 미국 권총 시장의 1위 기업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미국 경찰이 사용하는 권총으로 유명합니다. 이 책에는 글록이 얼마나 뛰어나며,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총'에 대한 관점입니다.

미국에서는 총기 관련 사고가 많습니다. 권총을 이용한 자살, 실수로 발사되는 총기사고, 범죄자들과 경찰들의 총격전 등.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총기 난사와 같은 우발적인 범죄입니다. 구글에 '미국 총기난사'를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가 노출됩니다. 이 중엔 학교에서 발생된 사고로 어린이 희생자도 무수히 많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미국엔 총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여전히 총기를 규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총기규제가 불법인 국가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총기 사고가 없애기 위해 총을 없애면 됩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다른 식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적법한 자격이 없는 사람(정신지체, 범법자 등)들에게 총기를 판매하지 않고, 살상용 화력 무기(권총이나 휴대용 무기는 제외)를 규제하고, 총기 사용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 등이 거론됩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이는 미국에서 총은 단순히 규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총은 미국의 상징이자 수많은 기득권이 얽혀있는 산업이 되어 버렸습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갖추고 있는 대상인 것이죠.

미국의 총을 이해하려면 수정헌법 2조를 알아야 합니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무기휴대의 권리는 총기 찬성론자의 명분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독립전쟁 역사에서 비롯되었으며, 영국의 침탈에 맞서 싸운 민병대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내용입니다.

이런 무기휴대의 권리는 현대로 넘어오면서 자기 보호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외곽지역에서는 실제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무기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공권력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야생동물, 강도들의 습격 등)에서 총은 자신의 가정과 사유재산을 지키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의 총기사건으로 오히려 총기 보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을 구매합니다. 너도 나도 총을 소유하고 있으니 함부로 총을 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인 거죠. 이들은 총기를 규제할 경우 불법적인 루트로만 총기 구입이 가능해질 것이고, 이는 총기 범죄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범죄자만 총을 갖고 있는 경우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견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주장을 100% 수용하긴 어렵습니다. 사회악을 사회악으로 막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상업적인 배경과 정치적인 배경으로 '총기 산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납득이 됩니다.

우선 총기 산업은 매우 큰 시장입니다. 총기 시장의 규모는 15조 원이 넘습니다. 그 안에 포함된 수많은 이권은 총기를 없애는 것에 그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총은 정치적으로 보수진영에 우호적인 대상입니다. 굉장히 위험한 구분이지만 이분법으로 생각해보면 "총=시골=백인=보수=전통"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존재합니다. 트럼프의 텃밭이 총기 보유율이 높은 지역과 유사하다는 점은 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이를 이용합니다. NRA(전미총기협회)는 이들의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총기는 미국의 엘리트와 소외된 집단의 갈등을 보여주는 상징일지도 모릅니다.

미국에서의 총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미 미국의 한 문화이고 큰 산업입니다. 없애기엔 너무 이미 멀리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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