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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Mar 28. 2023

<좋은 불평등> 최병천

#좋은불평등 #최병천 #메디치

한국의 불평등을 중심으로 현대 경제사를 공부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저자는 민주당 성향이 짙은 정책 전문가입니다. 편향적인 시선에 대한 의심이 들 수 있으나, 책은 아주 객관적인 시선으로 저술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불평등'이란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올바른 정책 제안을 하려는 노력이 담긴 책입니다. 진보정권에서 추진한 최저임금제 1만 원은 실패로 규정하고, 보수정권에서 추진한 노인수당 20만 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동의와는 별개로, 경제학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으로'만' 정책을 평가하려는 저자의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불평등 = 사회악'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내외 환경과 원인에 따라 불평등을 경제선과 경제악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우선 좋은 불평등은 소득과 불평등이 함께 증가하는 경우입니다. 신흥공업국의 성장 초기, 덩샤오핑의 선부론 등의 역사적 사례가 있습니다. 나쁜 불평등은 소득은 감소, 불평등은 증가하는 경우입니다. 소련의 공사주의, 붕괴직후의 러시아가 대표적입니다.

평등도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좋은 평등은 소득과 평등이 증가하는 경우로, 포드주의와 복지국가의 전성가가 그 사례입니다. 반면 나쁜 평등도 있습니다. 소득이 감소하면서 평등이 실현되는 경우인데, 공산주의 혁명, 대규모 전쟁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의 불평등은 세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1994년입니다. 경제 성장이 본격화된 이후 1994년까지 불평등은 감소하다 이후 2008년까지 증가하게 됩니다. 1994년 변곡점의 주요 원인은 중국의 개혁개방입니다. 중국의 제조업 가성비가 한국을 추월하면서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고부가가치 산업의 시장이 성장하며 대기업 중심의 고소득자의 임금은 증가하며 소득 불평등은 증가해 왔습니다.

두 번째 변곡점은 2008년입니다. 이 시기에는 소득 불평등이 감소했습니다. 주요 원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입니다. 거시 경제의 악화로 수출기업의 매출이 감소했고, 주요 기업 임직원의 소득도 감소하게 됩니다. 즉 수출 대기업의 실적 악화로 고소득자의 소득도 감소하며 오히려 불평등은 감소했습니다. 나쁜 불평등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세 번째는 2015년입니다.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2015년에 최정점을 찍은 뒤 2019년까지 감소했습니다. 이는 중국 경제 정책 변화 때문입니다. 신창타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내수중심 경제 정책은 한국 수출기업의 부진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결국 한국의 수출 부진이 한국경제 불평등이 해소에 도움(?)을 주는 모양새입니다.

저자는 불평등의 원인 파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기 민감산업이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국내 환경상 대외환경이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정부의 성향이나 정책적인 성공여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외환경에 맞는 정책추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불평등 해소를 위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진짜 '빈곤'층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소득자에 가려진 진짜 빈곤층은 노인세대입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힘든 시대를 살았던 분들에 대한 존경과 연대, 연민이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며, 기존의 진보와 보수세력이 가지고 있는 이념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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