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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Dec 25. 2018

<3층 서기실의 암호>  태영호

노예사회 해방운동?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최대한 책의 내용을 직접 인용하고 싶진 않았지만, 꼭 소개하고 싶은 한 구절이 있다.

“사회주의 사회란 신분적 평등과 경제적 평등이 실현된 사회를 의미한다. 나의 친가와 처가의 어른들은…… 북한의 사회주의 사회가 어떻게 사회주의 봉건사회로 변화되었으며 봉건사회로부터 다시 노예사회로 퇴행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510p)”


북한의 정치 사회적 체계를 노예사회로 평한 저자는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였던 인물이다. 북한 외무성에서 근무한 엘리트 출신의 이 작가는 지난 2016년 대한민국으로 망명을 해왔다. 저자의 망명은 당시 국내 신문에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고, 무지한 나도 그 이름을 들어본 경험이 있다(사실 북에서 오신 분들 중에 내가 기억하는 이름은 황장엽,태영호 딱 두 분이다). 그런 분이 북한 체제에 대한 증언집을 출판했고, 곧 금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듣고 바로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를 생각해보았다. 비난 받을 수도 있는 생각이나,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의 몇몇은 어느 전 대통령님의 말처럼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해왔다. 그 대박은 자본 창출에 대한 욕망이었다. 통일을 하면 건설사 주식을 사야 한다, 평양 주재원으로 나가야 한다, 북한 땅을 당장 사야 한다, 이게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등등 철저한 자본주의적 사상에 입각한 대박이었다. 조금 완곡히 표현한다면 재태크의 기회로써만 통일을 가볍게 평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북한과의 통일을 북한 주민을 위한 노예해방이라고 말했다. 사회주의 체계의 실패는 이미 많은 곳에서 입증이 되어있지만, 노예사회로의 회귀는 북한이 유일할 것 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예사회로의 회귀는 개인적으로 충격이다. 북한의 빈곤은 사회주의의 실패로 나타난 경제적 불황, 또는 시장경제에 대한 패배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제3세계에 존재하는 어느 정도 공통적인 문제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노예사회로의 전환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자유의지를 미덕으로 살고 있는 사피엔스들이다. 인간의 인권을 당연히 존중하고, 우리와 함께하는 동물을 존중하며 나아가 인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북한 주민들의 자유의지 탄압에 대해서는 사실 큰 고민을 하지 않는 듯 하다(만약 저 하나의 생각이라면……. 진심으로 반성한다). 이런 상태로 불쑥 북한체계가 무너져 통일이 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하게 될까?
.
북한 주민은 사회적 노예에서 경제적 노예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우리는 사회정치적 노예에 대한 반감은 매우 크지만, 빈부격자로써 발생되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반감은 상대적으로 낮다. 통일이 된다면 많은 대한민국인은 북한 주민에 비해 경제적 우위에 놓여질 확률이 상당히 높다. 그런 상황에서 우린 그들에게 어떤 행동들을 할까?

이는 대한민국에 국한 되지 않는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어떻게 움직일까? 그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북한을 흡수하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까? 오히려 한 민족이라는 유대감이 깨지며 사회적 불안은 대한민국의 탓으로, 경제적 이권은 미국, 일본,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이런 부분에 있어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통일은 결코 대박으로도 북한주민들의 노예해방으로도 이어질 수 없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이슈는 언제나 다루기 껄끄럽고,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기가 무척이다 까다롭다. 그래서 더욱 이 문제에 대한 고민과 논쟁을 수면위로 끌어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사실 답도 없지 않은가? 썰전에서 대북문제만 나오면 양측의 이야긴 전부 합리적으로 들리지 않았다).그런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실상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한 이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이 우리 사회에 잔잔한 동요를 일으켜 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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